(영상)정인 양 살인 양모 징역 35년...법원 "사회적 노력 병행돼야"(종합)

양모 1심 무기징역에서 감형, 양부 징역 5년 유지
재판부 "사전 치밀하게 계획한 살인으로 단정 못해"
"사회적 공분 공감…양형에 투영하는 것은 신중해야"
아동보호단체 "국민적 납득 어려워…용납 안돼"

입력 : 2021-11-26 오후 2:33:35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생후 16개월 된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가 26일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무기징역에서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성수제)는 이날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씨에 대해 징역 35년, 아동학대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게는 원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망 당시 머리·복부·팔·다리·어깨 등 신체 곳곳에 피고인의 신체적 학대로 인한 골절 등 신체 손상의 처절한 흔적을 갖고 있었고, 부검의 소견은 피해자의 사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아동학대 피해자 가운데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그동안 겪었을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은 살인의 고의를 부정하는 등 자신의 책임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장씨를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형사사법 대원칙인 죄형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 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우발적으로 정인 양을 살해했다고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살해 의도를 가지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봤다. 장씨가 정인양의 상태가 위중함에도 택시를 탔지만 심폐소생술(CPR)을 한 점을 보면 정인 양 사망을 바랐다고 추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서울남부보호관찰소의 인성검사 결과 장씨가 분노와 스트레스를 제대로 통제·조절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고, 이 특성이 극단적·폭발적 형태로 발현돼 범행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했다.
 
이밖에 장씨가 자기 행동을 자책하고 있고 범행 은폐 시도까지는 하지 않은 점, 한 차례 벌금형 외에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장씨가 수형 생활 중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고 성격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점 등도 감형 사유였다.
 
특히 재판부는 정인 양 사망 책임이 장씨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체계에도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관한 사회적 공분에 대해 공감하고 중하게 고려한다"면서도 "이를 오로지 피고인의 양형에 그대로 투영하는 것은 책임주의의 원칙 등에 비추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 범죄의 예방·방지를 위해서는 경찰과 아동 보호 전문 기관의 전문화를 비롯해 아동 보호 체계가 철저하고 확실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개선·보완하는 등 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또 "크나큰 분노와 슬픔 등을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죄형균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유기징역 선고 이유를 재차 밝혔다.
 
26일 정인양 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가 2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자, 시민들이 서울고법 인근 바닥에 누워 항의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양부 안씨의 경우 정인 양 손뼉을 강하게 치게 해 학대한 혐의는 원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다만 아내 장씨의 정인 양 학대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학대신고 당시 피해자 분리 조치에 반대하는 등 아이를 살릴 기회를 막아버린 점 등을 고려해 원심과 같이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선고를 들은 두 사람이 퇴정하자 방청인들은 "정인이를 살려내라"며 울부짖었다. 법원 바깥에서는 시민 여럿이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16개월 인생의 반도 끔찍한 학대에 시달리다 사망했는데 반성 없이 부인하는데도 35년형을 줬다는 건 국민적으로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 판결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주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계획적인 살인이 아니었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는 "학대 신고를 하고 또해도 학대를 저질렀는데, 어떻게든 (학대를) 계속 해야겠다는 의지의 표명 아닌가"라며 "1심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형량을 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고 용납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또 "사회적 책임(체계)는 바꿀 수 있지만 어린 생명은 돌아올 수 없다"며 "사회적 시스템 핑계를 대면 아무도 엄벌할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장씨는 지난해 3월~10월 정인 양을 상습 폭행해 각종 골절과 장간막 파열 등을 일으켜 학대하고, 그해 10월13일 강하게 배를 밟아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다.
 
안씨는 정인 양 양팔을 잡고 강하게 손뼉치게 하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음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학대), 아내의 정인 양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임한 혐의 등이 있다.
 
지난 5월 1심은 장씨에 대해 무기징역, 안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6일 정인양 살인 혐의로 기소된 양모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가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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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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