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카이스트가 미국 금융·문화의 중심지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한다. 국내 대학 중 해외에 캠퍼스를 만드는 것은 카이스트가 처음이다.
카이스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배희남 글로벌리더십파운데이션(GLF) 회장과 뉴욕 캠퍼스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이스트는 부지·토지 매입과 리모델링, 정부 인허가 등을 거쳐 3년 안에 뉴욕 캠퍼스를 개교할 방침이다. 1만여평 상당의 캠퍼스 부지는 배 회장이 제공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왼쪽)과 배희남 GLF 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UN 플라자 빌딩에서 뉴욕캠퍼스에 대해 협의 후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카이스트
카이스트의 뉴욕 캠퍼스 설립은 지난 11월 이광형 총장이 뉴욕을 방문해 배 회장과 해당 안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급물살을 탔다. 배 회장은 1981년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첫 발을 디뎠고, 이후 부동산 투자업 등에 몸담으며 자수성가한 한인 교포다. 배 회장은 회장은 10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개척정신을 가진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라며 "이 총장과 우연한 기회에 만나 이야기하다보니 나의 비전과 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했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장과 배 회장은 MOU 체결에 앞서 캠퍼스 부지 후보들을 함께 둘러봤다. 현재까지는 롱아일랜드 지역 2만8000여평 규모의 학교 부지, 스테이튼아일랜드 지역 1만1000여평 규모 부지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스트 뉴욕 캠퍼스는 국내 카이스트 재학생들의 글로벌 진출 창구가 되면서 우수 해외 인재를 끌어들이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전망이다. 이 총장은 △한국 카이스트 재학생에 대한 글로벌 교육 △카이스트 교수진과 학생들의 글로벌 연구 교두보 △한국 창업자들의 해외 진출 지원 및 나스닥 상장사 육성 △신규 학과 개설을 통한 현지 인재 모집 등을 뉴욕 캠퍼스의 주요 기능을 꼽았다.
이 총장은 특히 "뉴욕에는 코넬대, 컬럼비아대, 뉴욕대(NYU) 등 글로벌 명문 대학들이 있지만 공학 분야에서는 카이스트보다 못하다"며 현지 학생 유치에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2021년 QS 랭킹 엔지니어링&테크놀로지 부문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16위에 랭크됐다. 코넬대는 36위, 컬럼비아대는 47위, NYU는 94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면서 그는 "카이스트가 유치하는 교수진 중에는 지리적 어려움때문에 한국까지 못 오는 경우가 있다"며 "뉴욕 캠퍼스는 이 같은 지리적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 유치와 함께 카이스트 국제화가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카이스트는 뉴욕 캠퍼스 설립으로 '글로벌 쌍둥이 전략' 비전을 실행에 옮긴 뒤 실리콘밸리에도 해외 캠퍼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뉴욕 캠퍼스는 아트테크, 컬처테크, 금융과 인공지능(AI)의 결함 등에 특화를 둔다면 실리콘밸리는 창업, ICT, AI 등 분야에 주안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 총장은 카이스트의 해외 진출이 국내 다른 대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인천 송도 등지에 국내 대학 혹은 해외 학이 글로벌 캠퍼스를 개설한 적은 있었으나, 해외와의 교류가 자유롭지는 않아 무늬만 글로벌 캠퍼스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카이스트가 성공을 하면 다른 대학들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의 일이 카이스트를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교육, 더 나아가 한국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