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대금 떠넘기기' 홈플러스 과징금 220억 확정

판촉비용 분담금 등 명목으로 대금 공제
법원 "위험·손해 전가하는 행위로 결코 허용 안돼"

입력 : 2021-12-14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판촉비 등 명목으로 납품업체에 상품대금 부담을 떠넘긴 대형 마트와 관계사가 수백억원대 과징금 납부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 스토어즈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220억여원 납부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원고들(홈플러스 등)이 농심 등과 상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내부적으로 설정한 각 매입처별 마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농심 등에게 지급할 상품대금을 일방적으로 감액한 뒤, 서류상 근거를 갖추기 위해 농심 등으로 하여금 판매장려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계약서를 사후에 작성하게 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며 "법리오해·심리미진·이유모순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홈플러스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홈플러스 등은 지난 2014년 1월~2015년 3월 농심·해태음료·옥시레킷벤키저·유한양행 등 네 개 납품업자에게 지급하는 상품대금에서 판촉비용 분담금이나 진열 장려금 명목으로 공제했다. 이때 공제 총액은 121억2109만7691원으로 조사됐다.
 
인건비 떠넘기기도 있었다. 홈플러스 등은 매장 파견 판촉사원을 자사 직원으로 전환하면서 상품 팀별·상품 종류별 배분율을 감안해 납품업자별 인건비 규모를 결정하고 판촉사원 인건비를 매달 지급하는 연간 약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13년 6월~2015년 8월 판촉사원 직영 전환에 따른 인건비를 점내 광고비, 판촉 비용 분담금 명목으로 공제했다. 홈플러스 등은 이런 식으로 납품업체 10곳에 인건비로 총 159억7499만6137원을 부담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2013년 8월~2015년 5월 납품업체 21곳에서 직매입한 상품 402개를 시즌 상품이라는 이유로 반품한 행위, 2012년 1월~2013년 11월 신규 점포 개점 전날 16개 남품업체 종업원 270명을 새벽까지 일하게 하고 인건비도 주지 않은 행위도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에 공정위는 2016년 7월 홈플러스 등이 대규모 유통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으로 총 220억3000만원을 부과했다. 홈플러스는 179억5800만원, 홈플러스 스토어즈는 40억7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홈플러스 등은 공정위를 상대로 서울고법에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이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납품업체들에 대해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지 않고, 대금공제와 인건비 전가, 반품 강요를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홈플러스 등의 주장을 배척했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시장 점유율 2위로 납품업자의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주로 가공식품 등 식음료와 일상용품의 생산업자인 납품업자들은 상품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원고들과 같은 대규모 유통업자와 계속 거래하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납품업자 입장에서 전국적인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 입점과 판촉이 매출 증대에 중요한 점, 브랜드 파워가 있어도 판촉 행사와 진열 위치가 매출에 영향을 크게 주는 점, 다른 대형마트와 거래관계를 새로 만드는 일이 어려운 현실 등이 판단 근거였다.
 
원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마진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미리 산출한 후 이를 납품업자들에게 지급하는 상품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안을 강구했고 그 과정에서 상품대금 감액 행위가 이뤄졌다"며 "이런 행위는 결국 마진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손해를 납품업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했다.
 
홈플러스 등은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었고, 상품대금 감액 금지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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