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내 62개 공시대상 기업집단(재벌)의 총수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계열사에 재직하면서 막대한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경영에 책임은 피하면서 이익만 챙겨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62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218개(상장사 274개) 회사의 총수일가 경영참여 등을 담은 이같은 내용의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2021년 공시 대상 기업 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지배 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올해 5월 지정 집단 71개 가운데 쿠팡 등 신규 집단 8개와 농협을 제외한 62개(소속회사 2218개)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이들 기업 집단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조사 내용은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과 이사회 구성 및 작동 현황, 소수 주주권 작동 현황이다. 특히 올해는 총수 일가 미등기 임원재직 현황도 공개했다.
사익편취·비규제대상 회사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단위: 개 사, %). 표/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는 모두 176건으로 나타났다. 총수 1인이 여러 회사에 동시에 재직하는 경우는 중복 집계했다.
하이트진로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18개 중 7개(38.9%)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다. 다음으로 두산(36.4%), 중흥건설(32.4%), 장금상선(21.1%), KCC(20.0%) 순이다.
총수 본인은 1인당 평균 2.6개 회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다. 총수 1명이 5개 이상 회사에서 재직한 집단은 중흥건설(11개)과 유진(6개), CJ(5개)·하이트진로(5개)다.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 2세도 11개의 계열사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이들 총수일가는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보수를 챙겼다. 이재현 회장의 경우 CJ, CJ ENM,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CGV 5곳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123억7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액수별로는 CJ 67억1700만원, CJ ENM 28억6200만원, CJ제일제당 28억원 순이다. CJ대한통운, CJ CGV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역시 같은 기간 5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53억원 이상을 받았다.
또 최근 5년간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는 회사 비율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7.3%에서 2018년 15.8%, 2019년 14.3%, 2020년 13.3%에 이어 올해는 11.0%로 낮아졌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없는 집단은 21곳이고, 이 중 10곳은 2·3세 중 단 한 명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또는 사각지대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총수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재직하면서 권한과 이로 인한 이익은 향유하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 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나타낸다”고 말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