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모리, "빚 갚아라" 독촉에 253억 유증…주주가 '봉'?

채권자 한국투자증권, 토니모리 유증 주관…16~17일 구주주 청약
조달자금 중 178억, 한투 대출 상환 목적…"최대주주 청약 규모 미확정"

입력 : 2021-12-1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화장품 제조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토니모리(214420)가 253억2100만원으로 자금 조달 규모를 최종 확정하고 오는 16~17일 이틀동안 구주주 청약에 돌입한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고, 미청약 물량에 대해서는 주관사가 잔액인수하는 조건인 만큼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자금 조달의 주요 목적이 차입금 상환인 만큼 최대주주의 청약 규모 미확정은 회사의 빚을 기존 주주와 일반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더욱이 정정된 실권주 공모 방식에서 일반과 기관투자자 구분없이 95%를 배정한 점에서 사실상 일반(기존 소액주주+일반투자자)에 최대한 많은 책임을 넘기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표/뉴스토마토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주당 4465원, 신주 567만1078주(253억2100만원)를 발행하는 주주 배정후 실권주 일방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규모를 확정했다. 최종 실권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잔액인수 방식으로 인수한다. 회사 측이 유증 철회를 하지 않는 이상 자금조달은 성료할 것으로 보여진다.
 
주당 확정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최종 공모 규모는 최초 유증을 결의했던 지난 10월의 300억원에서 50억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자금 조달 목적이 차입금 상환이 주요한 이유였던 만큼 줄어든 규모로 유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차입금 상환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토니모리는 유증 자금 중 178억2000만원을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 토니모리는 178억 2000만원을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단기 대출을 받았다. 제2회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로 인해 조기상환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추가적인 자금 상환 압박이 이어질 개연성은 높다는 지적이다. 토니모리의 3분기 연결 기준 단기차입금(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유동성사채·유동성전환상환우선주부채 합산)은 563억원으로, 총 차입금 726억원의 80% 가까이를 차지한다.  
 
기업실사를 진행한 한국투자증권은 "토니모리가 3분기 연결 기준 63억원(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104억원(1년래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1년래 도래하는 차입금 총액 대비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회사 빚을 갚기 위해 대규모 유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 측의 청약 규모 미확정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주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토니모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는 이미 유증에 따라 부여된 신주인수권(워런트)의 70%(243만4250주) 가량을 지난달말 장외에서 주당 347원에 매도해 8억4400만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재 부여된 신주인수권의 잔량은 30%로 이번 주당발행가격으로 계산하면 48억4000만원 가량이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최대주주도 주주 배정 유상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주금 납입일(12월24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 해당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최대주주 등은 주주배정 유증에서 워런트를 팔아 청약자금을 마련하는데 토니모리의 경우 확보된 현금보다 청약 예정 자금이 많아 구주주 청약을 하루 앞둔 현재까지 최대주주가 청약 규모를 밝힌 것이 아니라면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유증 미참여를 가정해도 50% 가까이 유지되는 만큼 지배력 약화 우려도 없는 것으로 판단돼 차입금 상환이 주요 목적인 이번 유증에 대한 최대주주 측의 참여 동인은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토니모리의 최대주주인 배해동 대표이사 겸 회장은 566만4703주(지분율 30.81%)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인 특수관계자를 포함할 경우 총 주식은 1166만4703주(지분율 63.45%)이다. 이번 유증에 최대주주 측이 미참여해도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50% 가까이 유지된다. 이번 유증의 신주 발행 규모는 567만1078주로 현재 기발행주식총수(1838만3721주) 대비 30.85%에 해당하는데, 최대주주측의 미참여를 가정한 유증 이후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48.49% 수준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대규모 유증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이슈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과 차입금 상환 목적의 증자에 최대주주가 참여 규모에 대해 구주주 청약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것은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액주주와 일반에 빚을 떠넘기는 행태가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증에서 우리사주 청약분(3.0%)을 제외하고 전량 보호 예수가 없기 때문에 대규모 오버행(잠재적 물량부담) 이슈에 노출되며, 이로 인한 주가 약세를 점쳐볼 수 있어 주주 가치 훼손이 염려된다"면서 "잔액인수로 인수된 증권사 물량도 곧바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만큼 투자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정된 실권주 공모 방식도 일반에 많은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채권자이자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잔액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모 방식을 기존 벤처신탁, 기관투자자, 개인(기존 주주 포함) 등에 일정 부분 분산해 배정하는 것과 달리 95%를 구분없이 배정하는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토니모리의 정정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 구주주 청약(초과청약 포함) 결과 발생한 실권주에 대해 95%에 해당하는 주식은 개인청약자와 기관투자자에 구분 없이 배정하는 걸로 책정됐다. 5%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에 배정된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관 배정분이 책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해당 유증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관심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토니모리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연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845억원, 85억원을 기록 중이다. 최근 3년(2018~2020년)으로 봐도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가 지속 중이다. 이번 유증의 실권주 공모는 오는 21~22일 진행된다. 구주주와 일반 모두 주금 납입일은 오는 24일이다. 신주는 내년 1월6일 상장될 예정이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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