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관련 금융감독원내 부원장보가 퇴임했습니다. 산적한 현안을 맡아서 처리할 수장의 부재로 제도 개선 탄력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발빠른 인사로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지난 26일 김정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퇴임했습니다. 김 부원장보는 공시·조사 부문의 수장이었습니다. 부원장보 지위는 금감원장, 부원장 다음 직급으로 김 부원장보는 2022년 8월 3년 임기로 부원장보에 올랐는데요. 사실상 2년여의 임기만 채우고 떠났습니다. 1년여의 임기가 남은 상태로 중도 하차한 셈입니다.
김 부원장보의 퇴임으로 담당하던 업무인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과 불법 공매도 관련 조사 등의 탄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아무래도 수장 공백으로 인한 내부적인 혼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인해 지난 5월부터 금감원은 IPO 주관사와 발행사의 공모가 산정과 관련해 합리적인 기준을 재정립할 계획인데요. 기관 수요 예측의 불합리성도 개선해 과다 책정된 공모가로 인한 시장 건전성 훼손 사례를 막는다는 복안입니다.
외국계 IB(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 관련 공시 조사 업무도 김 부원장보 산한 조사국의 업무인데요. 작년 10월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에 이어 공매도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매도 관련 글로벌 IB 14개사에 대한 전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심사 업무도 발생했는데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 증권신고서 심사 업무도 김 부원장보 산하 공시심사실 소관입니다. 해당 사안은 상장사의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인한 주주 가치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역행하는 사례로 활용되면서 '두산밥캣금지법'까지 발의된 상태입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사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서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인한 소액주주의 이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적자 회사인
두산로보틱스(454910)와 영업이익이 1조가 넘는
두산밥캣(241560)이 사실상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교환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감원 공시심사실은 현재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중요사항 누락에 따른 정정 신고를 요구한 상태입니다.
산적한 자본시장 현안 만큼 금감원 수뇌부에서도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공시조사 부문 산하에서 부원장보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이승우 조사1국장(증권감독원 출신)이 유력히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승우 국장은 작년 10월 BNP파리바·HSBC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 당시 조사2국장으로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입니다. 통합 금감원 출범 이후 1기 기수의 승진 가능성도 있는데요. 조치형 공시심사실장(금융감독원 1기), 장창호 조사2국장(1기) 등이 1기 출신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의 위상 관련 부원장보로서 법률적 역할을 명확히 하는 입법 발의도 나왔는데요. 당국에서 부원장보의 역할은 실무진의 총괄 역할로 중요한 자리입니다. 발빠른 후속 인사로 자본시장 관련 현안이 공백없이 신속히 처리돼야 할 것입니다.
최성남 금융산업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