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내세웠던 분리공시제가 결국 다음 정부로 공이 넘어갈 모양새다. 100만원을 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가계통신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통신업계는 분리공시제 도입으로 출고가를 투명화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LG전자(066570)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규제 대상이
삼성전자(005930)만 남게 됐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도입하려던 분리공시제에 대해 장기간 검토에 돌입한 상황이다.
15일 방통위에 따르면 분리공시제를 도입할 경우 단말기 출고가 인하 효과가 있는지 재검토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사실상 연내 도입은 힘들다는 데 결론을 냈다. 방통위 관계자는 "LG전자로 인해 시장환경이 변했고,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면서 "전체적 상황을 봐가면서 할지 안할지 상황을 정리해야 하는데 현시점에서는 (분리공시제 도입과 관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 도심 전자기기 전시장에서 시민들이 이동통신3사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마트폰이 고가폰 위주로 재편되면서 가계통신비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플래그십 모델=100만원'을 호가한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반도체 수급불균형으로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전망되고 있다.
통신업계는 높아진 단말기 가격이 전체 통신비 부담을 끌어올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택약정제 등으로 통신요금 하락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이유로 단말기 가격을 꼽는다. 이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보완책으로 분리공시제의 도입을 요구해왔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와 통신사의 지원금을 분리해 고지하는 것이다. 현재 단통법상에서는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의 공시지원금을 합친 지원금 액수만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분리공시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제조사가 지급하는 판매장려금과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별도로 공개해야 한다. 분리공시제를 통해 제조사 지원금 규모만큼 출고가 인하를 기대하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단말기 출고가격의 거품을 빼겠다며 분리공시제를 당선 공약으로 내놓았고, 방통위는 2021년 업무계획을 통해 분리공시제를 올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규제를 받는 국내 제조사가 삼성전자만 남게 되면서 분리공시제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방통위가 추진하는 개정안과 분리공시가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올라온 스마트폰 가격을 감안,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가격 경쟁 요소가 사라진 상황에서 분리공시제가 필요하다는데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제조사 지원금, 통신사 지원금 등 여러 가지 혜택을 통해 소비자에게 되돌아가는 규모를 파악, 전체적으로 단말기 가격이 낮아지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보다 분리공시제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