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던 카카오페이가 설립 5주년을 맞는 2022년에는 전국민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의 본격 도약에 나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카카오페이를 탄생시킨 류영준 대표가 물러나고 신원근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새 사령탑으로 나선다. 보험과 증권, 투자 등 종합 금융 영역으로의 활동 범위를 늘리는 것은 물론 내년도 금융업계 최대 화두인 마이데이터 사업에서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해 글로벌 사업도 강화한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신원근 CSO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류 대표가 모기업인 카카오 대표이사로 지명되면서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의 아버지같은 존재다.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한 그는 기존 금융의 불편함을 탈피하고자 6자리 만으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는 카카오페이의 모태가 됐다. 이후 카카오페이가 독립법인으로 분리된 2017년부터는 조직을 이끌어왔다.
지난 5년여간 카카오페이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2017년 2분기 40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지난 3분기 25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누적 거래액은 올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달성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지금까지 카카오페이에 등록된 총 이용자 수는 3700만명에 이른다. 국내 핀테크 기업 중 단연 최대 규모다. 이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3분기 말 기준 204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한 규모다. 이들은 매년 카카오페이를 통해 1인당 87.5건의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58%나 거래 활동이 활발해졌다. 지난달에는 성공적으로 증시 데뷔를 완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거래액의 대부분이 송금과 결제 부문에 치우쳐져 있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다. 결제와 송금은 폭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트래픽 빌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수익 창출 능력은 약하다.
이 때문에 신 신임 대표 내정자의 향후 역할이 보다 기대된다. 신 내정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글로벌 컨설딩기업 베인앤컴퍼니 등을 거쳐 지난 2018년 2월 카카오페이 전략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국내 핀테크 생태계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중단기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기업투자, 파트너십 제휴,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을 총괄해왔다.
특히 그는 카카오페이와 해외 핀테크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주도하며 글로벌 진출의 포석을 마련하는 동시에 전략적 인수합병(M&A)을 통해 투자·보험부문 자회사 설립을 이끌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과 KP보험서비스를 인수,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보험을 출범했다. 내년 초 선보일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에도 신 내정자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신 내정자는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알리페이의 동남아 자회사들과 소통을 담당하며 글로벌 전략을 추진해 왔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8년간 재직하면서 글로벌 M&A 네트워크도 다져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옮겨가면서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사업에서 보다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포인트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해외 8개 국가의 월렛 파트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인컴페이먼츠, 인도 페이티엠, 태국 지캐시, 미국 퍼스트데이터 등이다. 또한 일본과 마카오에서는 50만개 이상의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환전없이 사용 가능한 간편결제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앞서 이진 카카오페이 비즈니스총괄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위드코로나 상황이 되면 국내 유저의 해외 결제, 해외 유저의 국내 결제 등 크로스보더 결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개편했다. 사진/카카오페이
향후 카카오페이는 송금과 결제로 확보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고지서, 전자문서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 락인 효과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대출·투자·보험 등 폭넓은 금융서비스로 확대,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의 타깃시장 규모가 총 46조3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시장인 만큼, 각 부문에서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생활 전반에 이로운 흐름을 만든다는 비전 아래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 파워가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중 선보일 카카오페이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에 기대가 크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카카오페이증권의 증권 계좌 개설자 수는 518만명으로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이 계좌를 개설한 셈인데, 회사측은 MTS가 출시되고 나면 계좌 개설 속도가 더 빨라져 1000만을 금세 넘길 것으로 예측했다. 대출 서비스에서도 카드론, 오토론, 모기지론 등으로 상품 범위를 늘리면 최대 1800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 시장에서의 침투율 역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카카오페이는 최근 사용자 맞춤형 금융 자산·지출 분석 서비스 '자산관리'를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개편했다. 우선 소셜 데이터를 접목해 연령에 따른 평균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는 자산비교 기능을 추가, 사용자들이 또래의 평균 자산을 비교해보며 체계적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주 사용하는 금융상품을 즐겨찾기에 추가하고 민감한 자산은 숨길 수 있는 등 다양한 편집 기능도 넣었다. 이 밖에 금융자산 영역을 확대해 예적금, 카드, 보험, 금융투자, 대출, 전자금융, 통신 등 다양한 금융자산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UI·UX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구현, 누구나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