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영민 비서실장도 이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수석들도 사면 대상 발표 당일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하며 독자적으로 결단한 결과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을 전혀 몰랐다"며 "다른 수석들도 오늘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몰랐다"며 "문 대통령이 참모하고 상의할 일은 아니기 때문에 민정수석 외 다른 수석은 다 모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7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입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아들 문제로 물러난 김진국 전 민정수석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가 준비를 하는데, 대통령이 준비하라고 지시했으니까 했을 것"이라며 "김 전 수석이 있을 때 대통령이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면심사위원회가 20일, 21일 열렸다는 것만 지금 알고 있다. 그때 이 안건이 올라갔을 것"이라며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심사 논의가 진행됐음을 확인했다. 이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김 전 수석에게 사면 준비를 지시하고, 김 전 수석이 법무부에 알려 20일 또는 21일 사면심사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시기 선택의 문제였다는 점도 전했다. 문 대통령이 언제 사면을 단행할지가 문제지, 언젠가 결국 결단했을 것이란 판단이다. 앞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면 문제는 답이 워낙 뻔한 것이어서 언제 하느냐의 문제였다"며 "연말에 하느냐, 3월9일 대선을 치르고 하느냐, 시기 선택의 문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선거 끝나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최근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심하게 안 좋다는 말씀을 듣고 결심을 당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