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살아났다. 당 안팎에서 나돌던 '1월 위기설'을 보란 듯이 '골든크로스'로 대체시켰다.
강력한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논란으로 '공정' 가치가 훼손되고 이준석발 2차 내란으로 리더십에 다시 상처가 가는 등 크게 휘청이는 사이, 이 후보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과 이낙연 전 대표와의 화합, 구 민주계 인사들의 복당 등을 실현시키며 갈라졌던 진영표심을 최대한 결집시켰다. 여기에 서울 표심의 원인을 정확히 짚고 부동산정책 전면수정에 돌입하는가 하면 코로나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생계민심을 파고드는 등 정책 행보도 강화했다.
CBS가 26일 발표한 대선후보 4자 가상대결에서 이재명 후보는 36.6%의 지지를 얻어 27.7%에 그친 윤석열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앞서 지난 21일 <뉴스토마토>가 발표한 5자 가상대결 결과, 이재명 37.5% 대 윤석열 36.7%로 해당 조사 실시 이후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처음으로 앞섰다. 2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4자 가상대결에서는 이재명 35% 대 윤석열 29%로 격차를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최대 15%까지 벌어졌던 윤 후보와의 격차는 씻은 듯 사라졌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달 중순만 해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1월 위기설'이 파다했다. 장남 동호씨의 불법도박 의혹에 이 후보는 고개를 숙여야 했고, 성매매 의혹마저 더해졌다. 차남을 둘러싼 괴소문도 끊이질 않았으며, 이 후보를 괴롭혔던 대장동 의혹은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관련자들의 잇단 자살로 의구심만 키웠다. 여기에다 이 후보의 강한 부인에도 '소년원 출신' 등 그를 둘러싼 크고 작은 루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잠행하며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놓고 벌이는 청와대와의 대립도 한몫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초유의 집안싸움을 벌이면서 이 후보의 '1월 위기설'은 사그라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내란을 촉발시켰다. 특히 배경에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있었던 것으로 지목되면서, 윤 후보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윤 후보 측은 앞서 1차 내란을 봉합했던 울산 회동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 못 박았고, 이 대표는 계속해서 언론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비판을 이어갔다. 김씨에게 제기된 허위경력 논란은 조국 사태를 촉발시킨 표창장까지 소환하며 그를 대선으로 이끌었던 '공정' 가치를 심하게 훼손시켰다. 공정 가치에 민감한 2030이 이 대표 사태와 겹치며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빠르게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윤 후보 스스로도 위기를 자초했다. 윤 후보는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외국에서 수입한 이념에 사로잡힌 것으로 규정, 잘못된 역사인식을 다시 드러내는가 하면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는 발언을 해 당내로부터도 논란을 자초했다. 여기에 지난 22일에는 "극빈 생황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등과 같은 실언도 이어졌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겨냥했던 '1월 위기설'은 윤 후보로 방향타를 돌리게 됐다. 24일 전격 사면이 결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팀의 일원으로 자신을 구속시켰던 윤 후보에게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보수표심의 요동도 불가피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오찬 회동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반면 이 후보는 전열 재정비를 마무리하며 갈라졌던 진영표심의 결집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먼저 26일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성사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한 뒤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23일에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전격 회동을 갖고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국가비전위)를 만들고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잠행을 이어가던 이 전 대표가 향후 이 후보의 지역 유세에도 적극 임하기로 약속하면서, 아직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극성 친문과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대사면'이란 이름으로 과거 탈당했던 인사들의 복당 문을 열면서 윤 후보 편에 선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통합 길을 봉쇄했다. 김 전 대표는 윤 후보 직속 기구인 새시대준비위원장을 맡아 구 민주계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데 애쓰고 있다.
불분명했던 정책 타깃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수도권, 특히 서울 민심이 쉽사리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 배경에 성난 부동산 민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대규모 공급 등 부동산정책을 전면 손질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며 성난 민심 달래기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장기화된 코로나에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생계민심을 겨냥해 대규모 손실보상 정책도 마련 중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을 향해 "(당신들이 제안한)50조든, 100조든 받을 테니 당장 논의하자"며 빠른 실천도 과시하고 있다.
적전분열로 호기를 잡은 가운데 집권여당 후보로서의 이점과 이재명만의 실천력을 앞세워 새해 신년여론조사부터 독주체제로 치고 나간다는 게 이 후보 측의 전략이자, 기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조윤환 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