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 학대로 본다면 이는 범죄다.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은 공익 행위기 때문에 범죄가 아니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3일 선고된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신상공개가 유죄라고 본 판결에 대해 이렇게 항변했다.
1심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대표와 배드파더스의 활동 목적이 공익에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양육비 지급 문제는 공적 관심사안이기는 하나 사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로, 사적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구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을 단순한 민사나 가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생존권을 침해 받고 있는 아동들을 생각하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흉악범죄로서의 아동학대와 결과적으로 같다는 주장이다.
구 대표가 운영 중인 '배드파더스'는 이혼 재판 선고 등에도 불구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던졌다. 우여곡절도 없지 않았다. 앞서 수원고법에서 항소심 판결을 받기까지 구 대표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간 동안 총 28번의 고소를 당했다. 그 중 6건이 기소됐다.
배드파더스의 가장 큰 성과는 양육비이행법에 대한 개정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 대표는 '반쪽짜리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얼굴 빠진 공개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가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구 대표는 같은 평가를 했다. 양육비 지급 문제에 대한 입법과 국가 정책, 그리고 배드파더스의 활동을 사적제재로 본 법원의 판단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사진/배드파더스
-3년 3개월 동안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운영하며 적지 않은 소송에 휘말렸다. 대부분 무혐의로 끝났지만 일부는 유죄 판결 받았다. 같은 사안인데 판결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 학대로 본다면 이는 범죄다. 그러면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은 범죄가 계속되는 걸 막기 위한 공익 행위로 보기 때문에 죄가 안 되는거다. 그러나 양육비 미지급이 부모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법원이)이걸 아동학대까지 볼 수 없다고 여기면 상대방의 인격 사생활이나 인격을 침해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선고유예)판결은 엄밀히 따지면 '유죄로 인정하지만, 법적으로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2심 재판부가 고민스러운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자격금지형 이상에 해당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없어지는 사안이지만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 학대'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양육비는 아동의 생존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OECD 국가들 중에서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 학대로 보지 않는 나라는 그 동안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번에 양육비이행법 개정으로 감치 판결된 양육비를 1년 이내 해결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형사 처벌을 한다는 것은 범죄로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본다.
-파산이나 무직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미지급을 할 수도 있지 않나. 의도하지 않은 상황도 똑같은 범죄로 볼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이혼을 할 때 법원에서 양육비를 합의한다. 이미 양육비 지급 의무가 판결로 확정된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개인적으로 본인이 어렵다고 해서 안 줄 것 같으면 이걸 악용할 수도 있지 않나. 35평 아파트에 살면서 양육비를 못 준다고 하면 양육자 입장에서 납득이 안 간다. 형편이 어렵다는 것은 지출의 우선순위가 양육비가 1순위가 아닐 때 나올 수도 있는 말이다.
한가지 중요한 건, 상대방이 정말로 양육비를 지급할 수 없는 형편이면 양육자가 애초에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제보도 안 한다. 만약 제보가 들어왔는데 경제적으로 지급할 형편이 안 된다고 하면 기초수급자로 살고 있다든지 이런 증거를 서류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형편이 어렵다는 증명 서류를 요청했을 때, 한 명도 제출한 사람이 없었다. 증명 없이 안 주면 판결이 왜 필요하겠나.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아직까진 반쪽짜리 법이다.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공개하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 항목은 6가지다. 이름·근무지·주소·직업·미지급 금액과 기간 등이다. 배드파더스의 핵심이었던 얼굴 공개와 정확한 직장 정보는 없다. 얼굴 공개가 안 된 상태에서 도로명 주소까지만 공개된 직장 정보로 배드파더스를 특정할 수는 없다. 도로명 주소 안에 직장이 많은데, 그냥 회사원라고만 밝혀 놓으면 미지급자가 누군지 추측조차 안 되잖나. 배드파더스는 그동안 얼굴 공개로 미지급자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줘서 해결하도록 유도했다. 얼굴 빠진 공개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
개정법상의 운전면허 100일 정지, 출국 6개월 금지 등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 기간 동안 운전 안 하고 출국 안 하면 될 것 아닌가. 예를 들어서 미지급 금액이 한 3000만원이라면 쉽게 주겠나. 100일 버티고 말지.
또 출국금지 한도도 미지급액 5000만원 이하일 때다. 양육비를 한 달에 50만원으로 계산하면 한 8년은 안 주고 버틸 수 있다는 거다. 양육자가 지급 이행을 신청하고 하면 법원의 감치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이행명령, 감치명령 소송을 거치면 2년 정도 걸린다. 절차도 복잡하고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무의미한 처벌 방법이다.
-그럼 오히려 양육비이행법이 배드파더스로부터 미지급자의 신상을 보호하는 장치가 된다는 말인가.
배드파더스는 양육비이행법을 바꾸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가가 미지급자의 신상을 어느 정도 공개하겠다고 나섰으니, 민간이 굳이 대척점을 만들며 운영을 할 필요는 없다.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액션이나 시위를 할 경우 미지급자들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악용하지 않도록 악용할 소지는 있다. 그래서 양육비해결총연합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18명의 의원들에게 양육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양육비가 4년 만에 개정돼 내년 3월부터는 이전 보다 약 4.5% 높게 받을 수 있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인상액이라고 보는가.
무의미하다. 양육비 이행 산정표는 참고용일 뿐이다. 양육비 선고는 판사 재량에 달렸는데, 그 판사가 판결할 때 표를 참고하라고 만들어 놓은거다. 그게 양육비 미지급률을 높이는 데는 큰 의미는 없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