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혜성처럼 등장했다. 등장만큼이나 행보도 파격적이었다. 지지율 50%에 육박하는, 사실상 당선이 보장된 후보가 5%대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기존 여의도 문법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파격' 그 자체였다. 이듬해 대선에서는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끝에 또 다시 후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20대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켰고, 몰락했다. 그렇게 정치권에 입문한 지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가 또 다시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얘기다.
대선이 엎치락뒤치락 최종승부를 알 수 없게 되면서 그는 또 다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여야 모두 많게는 10% 가까운 그의 지지율을 무시할 수 없게 되면서, 단일화 또는 연대 대상으로 안 후보를 첫 손에 꼽고 있다. 그를 향한 여야의 공개구애에 이번에도 '철수'하지 않을까,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완주를 믿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크게 흔들리면서 두 사람 간 단일화가 향후 대선 지형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앞서 합당까지 추진했던 터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이에 대해 "국민들은 그러한 정치 공학적인 생각에 동의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일이 있어도 표가 움직이지도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 후보는 제3지대 후보가 대안으로 부상하지 않는 데 대해 "결국 사표방지 심리"라는 말로 답했다. 다만 "조사에 따라서는 부동층이 1위다. 제3지대가 아니라 제1지대인 셈"이라며 부동층을 주목한 뒤 "총선은 세력을 보고 뽑지만, 대선은 인물을 보고 뽑는다. 국민이 (저에게 던지는 표를)사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랑스 마크롱의 신화가 그의 롤모델이다. "정권교체가 아닌 적폐교대"의 결과로 이어지는 양당정치의 폐해 극복, 구태정치를 안 하겠다는 다짐이 결국 자신이 정치 입문 당시부터 말해왔던 '새정치'의 본질이라며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워낙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문제가 많다 보니 다시 저를 쳐다보고 재평가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고 현 시점을 진단했다.
호남과 국민의힘 합당 추진 등 극과 극을 오가는 노선에 대해서는 "저에게는 지역적 기반이 따로 없다. 2030세대, 중도층, 무당층이 제 지지 기반"이라며 "이념적으로는 기회의 디딤돌 마련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중도실용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결과를 정치 입문 이후 가장 성공했던 경험으로 꼽은 그는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데 현역 정치인, 생존해 있는 정치인 중에서 주도적으로 창당해서 교섭단체를 만든 사람은 저 뿐이고, 당 대표로서 모든 선거를 지휘한 사람도 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YS, DJ와의 비교까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자부심이 대단했다.
의사, 기업가 출신답게 그의 1호 공약은 초격차 기술 5개 육성을 통한 G5(주요 5개국) 경제강국으로의 도약이다.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를 초격차 기술로 꼽은 그는 "디스플레이, 수소산업, 2차전지, 원자력발전, 바이오산업과 함께 꼭 과학기술은 아니지만 콘텐츠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할 미래 초격차 산업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약속이다.
2021년 마지막 날 <뉴스토마토>는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에서 안 후보와 만나 현 대선 정국을 바라보는 그의 평가와 공약, 다짐 등에 대해 들었다. 대통령이 되면 이것 하나만은 바꾸겠다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바꾸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먹고사는 데 더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은 과거와 싸우지 말고,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십은 '자기편 먹여살리는 골목대장'이 아니라, '우리 국민 먹여살리는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해 12월31일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안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본인과 가족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희망을 줘야 할 대선이 절망이 됐다는 지적이다. 현 대선 정국에 대한 평가는.
질문과 그대로다. 지금이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이고 이번 대선을 기회로 삼아 국가의 방향을 올바르게 바꾸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말 하늘이 주신 순간이다. 우리나라의 생존 전략, 미래 먹거리·미래 일자리 창출 전략 등 미래 담론을 이야기 해야 우리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현 대선은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도덕성 문제, 과거 발목 잡기, 네거티브, 친인척 문제 등 이런 것들만 계속 부각되는 아주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어서 저도 정말 걱정이 많다.
◇5개 초격차 기술을 육성하겠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1호 공약에 대해 설명한다면.
1호 공약은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중심 국가가 되면 세계 5대 경제강국 안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의 과학기술 육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미래 일자리를 만들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개념이 '초격차'인데 제가 만든 말이 아니다. 지금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가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하고 있는데 삼성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1등과 2등 간 격차가 작으면 언제든지 추월당할 수 있지만, 1등과 2등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지면 그 격차를 초격차라고 한다. 그 격차를 유지하는 일이 지금까지 1등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초격차 기술을 5개 확보하면 삼성전자급 세계적인 대기업 5개를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주요 5개국(G5), 세계 5대 경제강국 안에 들 수 있다. 그럼 어떤 분야를 초격차 기술로 키울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일단 우리가 1위 그룹에 속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도울 여러 방법이 있다. 계속 육성하면 이것을 초격차 기술들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찾아 보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세계 1위 그룹에 속하는 기술들이 다행히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게 디스플레이, 수소산업, 2차전지, 원자력발전, 바이오산업과 꼭 과학기술은 아니지만 콘텐츠산업 등이다. 우리가 충분히 세계적으로 커다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분야들로 저는 이 부분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여야 유력 주자들의 문제로 이른바 제3지대가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민이 제3의 대안을 꺼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결국 '사표방지 심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유권자가 누가 최적의 후보인지를 판단하고 그 사람을 찍어서 그 최적의 후보가 당선되는 게 민주주의의 좋은 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반대로 '저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고 능력도 안 되는 사람을 찍는 구조로 돼 있다. 양당제의 폐해다. 현재 대선이 70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부동층이 엄청 많다. 조사에 따라서는 부동층이 1위다. 제3지대가 아니라 제1지대인 셈이다. 총선은 세력을 보고 뽑지만, 대선은 인물을 보고 뽑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한이 워낙 강해서 사람만 잘 세우면 일할 인재 풀이라든지 정치할 수 있는 세력을 국민들이 만들어 준다. 좋은 예 중 하나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아니겠나. 마크롱도 자신이 이끄는 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원래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아주 오랫동안 거대 양당이 권력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정권교체를 해도 나라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정권을 차지한 쪽이 적폐가 됐다. 정권교체가 아니고 '적폐교대'가 계속되다 보니까 이제는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고 그때 마크롱이 등장한 것이다. 마크롱에게는 아무 세력이 없었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프랑스 국민들이 그를 선택했다. 그러고 나서 석 달 뒤 총선에서 마크롱이 있는 당이 제1여당이 됐다. 일을 할 수 있게 국민이 세력을 만들어준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말 신기하게 대선 3개월 후 총선보다 훨씬 더 많은 4000명의 시·도지사, 지방의원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대선에서 제대로 된 사람만 뽑으면, 일할 수 있는 정치세력은 국민들이 만들어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 대선후보가 많지만 원내정당 후보들로 좁히면 네 명 아니겠나. 국민들은 네 명의 도덕성, 가족 문제, 능력, 자질, 비전, 정책 등을 비교하게 된다. 그 사람이 거대 양당 후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기득권 양당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챙기려고 '세력이 있어야 국가를 운영하지'라고 국민들을 세뇌하고 속여 왔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만 보더라고 그게 (정답이)아니라는 게 증명됐다. 저는 현명한 국민들이 네 명의 후보들을 차분히 짚어볼 것이라 본다. 벌써 일부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워낙 거대 양당의 두 후보가 문제가 많다 보니 다시 저를 쳐다보고 재평가하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해 12월31일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사표방지 심리 등을 고려했을 때 대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당선 가능성이 고려돼야 한다. 결국 지지율이 관건이라는 얘기인데.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기는 하나 아직 한 자릿수인데 불안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먼저 사표에 대해서 말하겠다. 지난 9년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뽑았는데 그게 사표 아닌가.(웃음) 우리나라를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만들지 못했으니. 그게 진짜 사표이지, 정말 일 잘할 사람에게 주는 표는 사표가 아니다. 항간에 다들 선거 때마다 몇 년 지나고 나서 '아이고 내가 그 후보 찍은 손가락을 잘라야지'라고 생각해서 전국민이 손가락 없는 국민이 됐다는 것 아닌가.(웃음) 그래서 저는 국민이 (저에게 던지는 표를)사표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인이 봤을 때 저 사람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다. 제가 한 번도 처음부터 지지율이 높았던 적이 없었던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창당했는데 선거 3주 전만 해도 지지율이 8%였다. 하지만 총선 때 27%로 정당 투표율 2위를 했다.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신생 정당이 거대 양당 하나를 정당 투표에서 이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17년 대선도 지금과 비교가 가능하다. 5월 대선이었는데 1월 지지율이 5%였다. 2월에도 계속 한 자릿수였다가 처음으로 10%를 넘은 게 선거를 두 달 앞둔 3월이었다. 이번 대선은 3월에 열리니 1월초가 바로 두 달 전이 된다. 내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10.3%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된다. 그래서 왜 저는 이렇게 항상 나중에 지지율이 올라가나 생각을 해봤더니 지지층의 특성인 것 같다. 거대 양당에 충성스러운 지지층 분들은 처음부터 후보를 정한다. 하지만 중도에 해당하는 분들은 어느 당이 정권을 잡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또는 어느 당이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을지 판단한다. 다른 사람들 말에도 잘 안 휘둘리고 자기가 스스로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후 확신이 생길 때 지지를 보낸다. 지금 대선이 두 달 남았으니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 선거를 보면 두 달 전부터 중도층이 움직여서 중도 후보들을 지지하기 시작했는데 지금도 같은 경우다. 1월초에 두 자릿수 된 게 똑같은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민주당까지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여야에서 구애를 보내는 것은 안 후보만의 매력 때문인가, 아니면 캐스팅보트를 잡기 위한 여야 간 싸움인가.
벌써 질문에 답이 있다. 국민들은 그러한 정치 공학적인 생각에 동의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일이 있어도 표가 움직이지도 않는다. 예를 들면 제가 대통령을 하고 그쪽에서 본인들에게 내각을 구성하는 권한을 좀 달라고 하면 그것은 제가 고려해 보겠다.(웃음)
◇정치를 시작한 이후 여러 굴곡이 많았다. 가장 후회되는 지점이 있다면.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을 반복했다. 성공의 경험들은 '제가 이렇게 하니까 진심이 전달되는구나'라고 알 수 있었고, 실패의 경험들은 '이런 부분에서 생각이 모자랐구나'라고 깨달았다. 정치하면서 가장 성공한 게 20대 총선 아니겠나. 그때 '3김' 이래로 처음으로 38석을 얻으며 교섭단체를 구성했다. 대한민국 역사에 남는 기록이 됐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시 창당하고 한동안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으니 다선 의원들이 흔들렸다. 도로 민주당에 항복하고 돌아가자는 분들도 있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제가 버텼다. 연대하지 않고 끝까지 간 제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국민들은 저 후보가 한 번 이야기한 것을 얼마나 진정성, 신념을 가지고 지키는가. 저 후보가 얼마나 강단, 돌파력, 실행능력, 정치력이 있는가를 본다. 주위에서 제 정치력에 대해서 나름대로 평가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말한다. 정치력의 정점은 정당을 주도적으로 창당해서 교섭단체를 만드는 일이며 이것으로 정치력을 평가받는다고. 대기업 임원을 할 때 자기 실적이 좋다고 해서 자기 실력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임원 끝나고 나와 중소기업 창업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때 사람들은 깨닫는다. '아, 내가 대기업 임원으로 있을 때 내 실적은 내 실력이 아니었구나'라고. 정당으로 말하면 '내 정치력이 아니고 당 등에 업혀 있었구나'라고. 실제 광야로 나와보니 자기 실력, 정치력이 형편 없었다고 깨닫는 것이다. 자신 있게 말씀드리는데 지금 현역 정치인, 생존해 있는 정치인 중에서 주도적으로 창당해서 교섭단체를 만든 사람은 저 뿐이고, 당 대표로서 모든 선거를 지휘한 사람도 저밖에 없다. 대부분 정당 대표는 한 번 맡고 하나 정도의 선거를 지휘한다. 하지만 저는 당 대표를 네 번째하고 있고 모든 선거를 경험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고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정치 10년 차 때 한 경험과 제 경험을 비교해 보면 죄송한 표현이지만 제가 더 압축적으로 더 많은 경험을 초반에 한 것 같다. 이 자산들은 제 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저에게 기회를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들을 국민에게 사용하는 게 제 의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해 12월31일 여의도 국민의당 중앙당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치 시작과 함께 '새정치'를 들고 나왔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준석 돌풍'에서 보면 기존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여전히 높다. 안 후보가 말하는 새정치는 유효한 것인가.
유효하다. 10년 전 제가 새정치하겠다고 한 초심과 지금이 똑같다. 새정치가 모호하다는 것은 기득권 정치의 논리다. 애써 국민에게 '저거 모호한 거야. 말만 번지르르해'라고 세뇌 시키기 위한 공작이었던 것이다. 사실 새정치는 간단했다. 구태정치 안 하겠다는 게 새정치다. 대한민국의 구태정치가 뭐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첫째 부정부패하는 정치, 둘째 패거리 싸움하는 정치, 우리 편이면 무조건 옳고 상대방이면 무조건 틀린 그런 정치 아닌가. 세 번째 선거 때는 국민에게 계속 머리 숙이면서 다니다가 당선만 되면 고개를 꼿꼿이 들고 국민을 밑으로 바라보는 군림하는 정치, 이게 사람들의 정치 혐오를 불러오는 세 가지다. 그래서 저는 이 세 가지 안 하겠다고 한 것이다. 저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 '문제 해결하는 정치를 하겠다'. 서로 싸워서 이긴 사람이 세금으로 자기편 나눠 먹는 정치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 생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해결하는 게 정치 본연의 일이다. 그걸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 어렵다.(웃음) 10년 전부터 제가 이 이야기를 했는데 계속 들려오는 이야기는 모호하다는 지적밖에 없었다. 저는 입이 하나고 모호하다는 사람이 1만명이면 국민 입장에서 일부러 제 말을 찾아보지 않기 전에는 '모호한가 보다'라고 세뇌당하게 된다. 마치 히틀러 시대 괴벨스의 전략과 같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사람들이 진실로 믿게 되는데 그 짓을 한 것이다. 새정치는 모호하지 않다. 지금도 유효하고 지금도 필요하다. 지금 국민들이 대한민국 정치에 실망을 느끼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이 새정치의 반대인 구태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전성기를 되돌아보면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할 때는 보수노선을 걸었다. 안 후보의 기반은 어디인가. 지역적, 이념적으로 구분해서 말해달라.
저에게는 지역적 기반이 따로 없다. 2030세대, 중도층, 무당층이 제 지지 기반이다. 이념적으로는 기회의 디딤돌 마련으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중도실용을 추구한다. 정체성의 정치, 편가르기와 내로남불의 이념과 진영논리를 해체하자는 것이다. 국민통합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 표를 위해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과 균열 지점에 대한 갈라치기를 하는 구태정치를 심판하겠다.
◇대통령이 되면 이것 하나만은 꼭 바꾸겠다고 약속한다면.
'바꾸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먹고사는 데 더 중요하다. 5개 초격차 기술을 만들어낼 것이다. 국제질서의 일방적 수용자(룰 테이커)인 대한민국을 '룰 메이커, '국제표준 메이커'로 바꿔낼 것이다. 그 외 바꿀 것은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 공공개혁 등 다수다. '더 좋은 정권교체'를 통해 우리 국민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 것이다. 제가 원하는 대한민국은 소박하다. 정의와 공정이 숨 쉬고, 노력한 사람이 땀 흘린 만큼 그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정직한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그런 나라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과거와 싸우지 말고, 세계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리더십은 '자기편 먹여살리는 골목대장'이 아니라, '우리 국민 먹여살리는 글로벌 리더'가 돼야 한다.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룰 메이커로서 대한민국 최첨단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