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실적 호조…올해 노사 관계는 '첩첩산중'

칼호텔 매각 사유 '부채상환', 약 300명 시위 돌입
아시아나 합병시 슬롯·운수권 '쟁점'…노조 "생존권 문제"

입력 : 2022-01-03 오후 4:40:56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계열사 노사 관계는 험로를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 계열 칼호텔 종사자 300명은 호텔 매각에 대한 시위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합병 과정에서 노사 간 잡음도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대한항공의 호실적은 최소 인력을 투입하는 화물 운송 사업 덕분이다. 따라서 자칫 고용이 줄고 회사만 배불리는 '빛 좋은 개살구'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칼호텔네트워크는 이사회를 열고 제주 칼호텔을 처분하기로 결의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처분목적은 부채상환이다. 평가액은 687억2000만원이다. 매각 대상은 제주시 이도 1동 제주칼호텔 부지 1만2525㎡와 연면적 3만8661㎡의 지하 2층, 지상 19층 건물 전체다.
 
서울 중구 소공동 소재 한진빌딩. 사진/한진그룹
 
제주 칼호텔 노조는 즉각 반발하면서 지난달 31일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한진칼 본사 앞에서 매각반대 시위에 나선다. 칼호텔 노조는 이번 이사회의 매각 의결이 조합원의 신분 변동시 사전 협의와 함께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단체협약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법적 효력을 갖고 있는 단체협약까지 위반한 매각 강행은 불법행위라는 주장이다.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사무처장은 "기본적으로 고용 보장 없는 매각은 중단돼야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매각을 해야한다고 하면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걸려있는 것이기 때문에 스타로드 자산운용사와 같은 주상복합 업체에 매각하지말고 지속적으로 호텔을 운영할 수 있는 업체에 매각을 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칼호텔 노조는 6일 서울 서소문로 한진칼 본사 앞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위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건부 합병 승인에 대해서도 노사 간 분쟁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핵심은 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과 운수권 재배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양사 결합 승인에 이같은 조건을 달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대한 기업 측의 의견서를 받은 후 이달 말께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같은 공정위 보고서와 사측의 태도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존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 특히 외항사에게 일방적으로 배분한다는 것은 항공 주권을 외국에 넘기는 것이며 사측에서 적극 방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 관계자는 "일단 공정위가 내놓은 보고서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 뿐 만이 아닌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이라는 큰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슬롯 제한을 통해서 지금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가뜩이나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만약에 이러한 조건이라면 고용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구조조정이 휘말린다는게 기정 사실화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슬롯, 운수권 등이 제한돼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면 반대입장을 적극 고수할 것이고 공정위가 됐든 회사가됐든 강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생존권이 훼손되고 근로자들, 잉여인력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5671% 상승한 4386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2016년 3분기(4476억원) 이후 5년 만이다. 매출액은 전년대비 44% 오른 2조227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3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인 1조650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익도 134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647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057억원) 대비 38.91%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4551억원으로 전년 동기(1187억원) 대비 283.4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저가항공사(LCC)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고전하면서도 교대 휴직 등 인력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형 항공사의 변칙적 구조조정에 대해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교대 휴직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으며 기안기금 등을 통해 정부의 지원만을 고대하고 있는데 대형 항공사가 자산 처분이나 효율성을 명분으로 고용을 줄이려고 한다면 2022년 들어 가장 큰 이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심사 일정이 늦어짐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 예정일을 지난해 12월 31일에서 오는 3월 31일로 3개월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원래 취득 예정 일자는 지난 6월 30일이었으나 9월 30일로 한 번 연기된 뒤 재차 12월 31일로 늦춰진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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