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대세론…자동차 산업까지 번진다

'고성능·고효율' 보다 '기능성' 중시
SDV 대전환 물결 속 사업구조 재편

입력 : 2023-02-22 오후 4:57:39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소프트웨어(SW)'가 산업 패러다임을 뒤바꾸고 있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넘어 자동차 산업까지도 이같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데요. '고성능·고효율' 등 하드웨어 중심 슬로건을 내걸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특히 전장 관련 산업에서 이같은 흐름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동화, 커넥티드, 인포테인먼트 등 자율주행의 전제가 되는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함축되는 것이죠.
 
22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모빌리티 산업에 일대 대변혁이 일고 있습니다. 내연차에서 전기차, 자율주행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면서 'SDV(software-defined vehicle)'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어서입니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를 뜻하는데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물론 편의 기능, 안전 기능, 차량의 감성 품질 및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하는 셈입니다.
 
자율주행 컨셉 이미지. (사진=LG전자)
 
위기의 디스플레이…'전장'만이 살길
 
이는 위기에 빠진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034220)에게는 유일한 '믿는 구석'이 전장이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전장용 디스플레이 패널 수주잔고는 전년 대비 60% 가량 증가한 16조원에 달합니다. 과거 내연차 시절에는 화면이 없어도 운전자의 눈으로 얼마든지 운행이 가능했죠.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대로 오면 실시간 교통 정보와 내 위치 상황을 제공하는 화면은 필수적입니다. 운전자가 앞을 보지 않고 화면을 주시할테니까요. 그만큼 향후 발전가능성이 높아는 얘기죠.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경쟁이 시작되면서 신차 개발 기간이 3~4년 정도로 짧아진 것도 호재입니다. 따라서 빠른 재고 소진 효과가 실적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전장 매출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오토(전장)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큰 폭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매출액은 2022년 약 1조6000억원에서 2025년 약 3조5000억원 규모까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OLED로 구성된 디지털 콕핏의 모습. (사진=LG디스플레이)
 
현대차, 2025년까지 SDV 선언…비즈니스 모델 대전환 
 
완성차업체들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그룹인데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2025년까지 SDV 대전환"을 선언한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먼저 SDV 대전환을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8월 인수한 포티투닷을 주축으로 삼고 글로벌 SW센터를 설립한 상황입니다. 향후에도 회사 시스템 전반을 SDV 개발 체계로 전환하고 그룹의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나설 방침입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향후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부품과 모듈 공용화, 설계 효율화 등이 쉬워지고 차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까지 사업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어서입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특히 자체 OS 플랫폼을 가진 현대차 SDV 차량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자동차의 상품성뿐만 아니라 소비자 경험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은 삼성전자 출신 최진희 기술 그룹 리드를 신임 부대표로 임명했습니다. 최진희 부대표는 소프트웨어, 로봇 자율주행, 컴퓨터 네트워크 등 IT 분야를 두루 경험한 엔지니어입니다. 13년간 삼성전자 책임 및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한 후 2021년 포티투닷에 합류했습니다.
 
한편 현대차는 SDV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3월5일까지 2주간 연구개발(R&D)본부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R&D본부 전 부문에 걸쳐 세자릿수 규모의 경력직 채용을 시작합니다. 이번 경력직 채용은 미래 신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SDV 체제로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 R&D 우수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차원입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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