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K-반도체로 대표되는 메모리 시장 수익 정상화가 요원해졌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재고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메모리 가격 역시 쉽사리 반등하기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분기를 지나 빨라야 하반기에 업황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D램(2Gb 환산 기준) 평균 거래가는 0.47달러로 전년(0.78달러) 동기 대비 40%나 폭락했습니다. 공급 초과율 역시 112.5%에 달하는데요. 공급 초과율 100%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한 경우를 뜻하는데 이보다 높다는 의미는 공급이 수요를 상회한다는 뜻입니다. 낸드플래시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SK하이닉스 재고 '역대급'…상반기 '먹구름'
실제로 이같은 흐름은 재고 수준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삼성전자(005930)의 지난해 4분기 말 DS(반도체)부문 재고자산은 52조1879억원으로 전년(41조3844억원) 대비 26.1% 증가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SK하이닉스(000660)의 재고자산도 같은 기간 15조6330억원으로 전년 말 8조9500억원보다 74.7%나 폭증했습니다.
이같은 흐름은 상반기 내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이 올해 1분기 20%, 2분기 11% 하락할 것으로 전망. 낸드플래시 가격도 1분기 10%, 2분기 3%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양사의 저조한 실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이날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3.20% 줄어든 2조3727억원 수준으로 전망됩니다. 이마저도 최근 한 달 새 40.65% 쪼그라든 수치입니다. 1분기 말에는 이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SK하이닉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 적자에 이어 1분기(2조7022억원 적자)와 2분기(2조5697억원 적자) 실적 전망도 기대치를 하회합니다.
삼성전자의 16Gb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1분기 정점 찍고 2분기부터 완화…"예단 일러" 분석도
업계 안팎에서는 1분기 재고 상황이 정점을 찍고 2분기 가격 하락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본격 반등 시점은 3분기로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이 현금원가에 진입하며 하락 둔화세가 전망된다"며 "하반기에는 반도체 수급이 개선 추세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금원가는 원가에서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부분을 뜻하는데요. 결국 현금원가 이하의 가격에서는 적자를 보면서 제품을 팔 수 밖에 없지만 이익이 나는 기준에 도달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메모리 혹한기가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긍정적이라는 기대도 많이 있지만 지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고 여러 전망이 혼재돼있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불확실성이 더 많아서 예단 할 수 없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