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현대차(005380)가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한 '메타모빌리티' 등을 통해 이동 경험 영역을 확장하고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공개했다. 로보틱스를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4일(현지시간)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2'에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고 로보틱스 비전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은 △메타모빌리티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 △지능형 로봇 등으로 구체화된다.
메타모빌리티는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인류의 이동 범위가 가상 공간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기술적 한계로 가상 공간에 머물던 사용자 경험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현실과 연결되고 사용자는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궁극의 이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의 생각이다.
메타모빌리티를 통해 화성을 경험하는 모습.출처/현대차
자동차, UAM과 같은 모빌리티가 두 세계를 연결하는 접점이 되고 특히 로보틱스가 두 영역을 잇는 매개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가 가상 공간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모하고 사용자는 자동차 안에 구현되는 실제 같은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식이다. 필요에 따라 자동차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업무를 위한 회의실, 3D 비디오 게임을 즐기기 위한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트윈을 통해 가상 속 현실에 접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메타버스에 구축된 가상의 집에 접속하면 물리적 제약 없이 현실에 있는 로봇과 상호작용해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산책도 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쌍둥이 공장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를 밀접하게 연결시키면 가상 공간에 접속해 실제 공장을 운용,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가 구현된다.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사용자는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고 공장을 방문하지 않고 원격으로 해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외공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국내에서 확인하고 로봇이 해결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해 이같은 스마트팩토리 구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향후 기술 진화로 로봇의 대리 경험을 사용자가 직접 느끼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후각, 촉각 등 로봇이 수집한 다양한 감각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돼 실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로보틱스는 더 이상 머나먼 꿈이 아닌 현실"이라며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하고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PnD 모듈.사진/현대차
MoT 생태계는 로보틱스 기술을 통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nD 모듈)을 선보였다.
PnD 모듈은 인휠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및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티어링, 주행, 제동이 가능하고 연속적인 360° 회전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할 수 있다.
PnD 모듈은 어떤 사물에든 부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 작은 테이블부터 커다란 컨테이너까지 범위의 제한이 없다. 크기와 개수도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하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특정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고 고객이 팝업 스토어와 같은 공간을 찾아가지 않고 공간이 고객에게 다가오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대차는 PnD 모듈이 사물의 이동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전통적인 공간의 개념을 혁신하는 한편 △라스트 마일 실현을 위한 PBV 형태의 퍼스널 모빌리티 △물류 운송을 위한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등의 일상 전반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드라이브 앤 리프트 모듈(DnL 모듈)이 적용된 소형 모빌리티 '모베드'도 공개했다. DnL 모듈은 각 휠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고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몸체의 높낮이를 조절해 요철, 계단, 경사로 등에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다. 휠베이스와 조향각도 자유롭게 조절한다.
아틀라스.사진/현대차
지능형 로봇은 지각 능력을 갖추고 인간 및 외부환경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로보틱스 기술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과 아틀라스 등이 대표적이다.
서비스 로봇인 스팟은 각종 센서, 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인간을 대신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다. 고온, 혹한 등 극한의 상황이나 자연재해 지역, 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위험한 곳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인간과 가장 유사한 형태와 움직임을 갖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신속한 물류 처리를 위한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 등도 인간이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현대차는 로봇이 더 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특히 우주 공간이나 다른 행성에서도 역할을 수행할 방안도 모색 중이다.
현대차는 인간의 한계 극복을 돕는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기술은 신체에 직접 적용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무거운 물체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고 휠체어 등 보조기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