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소년법 개정 목소리가 다시 한번 커지고 있다. 흉악한 소년범죄, 특히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 범죄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촉법소년 적용 연령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현재 제기되는 촉법소년 문제를 들여다보고 새 정부가 추진할 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봤다.(편집자주)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진짜에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한 소년이 판사를 향해 던진 질문이다. 재판 중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 범인은 자신이 만 13세라 처벌을 받지 않을 것을 아는 듯 빈정거리며 물었다. 최근 발생하는 소년범죄의 잔혹성을 보면, 극중 설정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
촉법소년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경찰을 비웃거나 죄를 짓고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일도 적지 않다. 촉법소년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지만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다.
법을 개정해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범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촉법소년이 고개를 숙이며 웃는 뒷모습.(사진=넷플릭스)
30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살인과 강도, 강간·추행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총 3만5390명이다.
2017년과 2018년 6000명대였던 촉법소년 강력범죄자는 2019년 7000명이 넘었고 지난해에는 8500명에 근접했다. 강력범죄 중에서도 악질적인 범죄성을 보이는 강간·추행범은 2018년 410명에서 2019년 357명으로 줄었다가 2020년부터 다시 400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촉법소년 강력범죄자 중 형법상 처벌 경계선에 있는 만 13세의 비중이 높았다. 만 13세 소년은 전체 강력범죄의 63%가량을 차지한다.
촉법소년은 형법상 형사미성년자라 형벌을 부과할 수 없고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가장 무거운 소년원 송치는 2년이 최대다.
이 때문에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지난해 경남 양산에서 외국 국적 여중생을 집단폭행한 가해 학생 4명 중 2명은 촉법소년이라 울산지법 소년부로 넘겨졌다. 이들은 2~3시간 동안 피해 학생의 손과 다리를 묶고 때린 혐의가 있다.
올해 초 경기도 화성시 한 건물 비상계단에서 13세인 A양을 유사 강간한 혐의를 받는 B군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B군은 13세다. 차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하다 경기 하남경찰서에 붙잡힌 10대 두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들 중 한 명은 차량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 날 같은 수법의 범행을 했다.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려는 일도 생긴다.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 무인모텔에서 집기를 파손하고 난동을 부린 중학생 5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향해 "촉법소년이니 마음대로 하란" 취지의 말을 하면서 대들었다. 다만 이들 중 1명만 촉법소년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등 온라인 게시판에는 연령 제한 때문에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이어진다.
다만 촉법소년을 포함한 소년범죄에 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바라보거나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촉법소년을 비롯한 소년범죄가 과거보다 증가했다거나 심각해진 것은 아니란 취지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단순히 통계를 보면 소년범죄가 늘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과거에는 은폐됐던 사건들이 알려지고 고소·고발이 많아지면서 증가한 측면도 있다"며 "성인 범죄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지능화·고도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소년범죄가 잔혹해진다고 단언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