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기업 매각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가 일정기간을 채우지 않고 퇴사할 경우 일부를 반환하도록 한 약정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란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토탈이 약속된 기간 이전에 퇴사한 직원 A씨를 상대로 매각위로금 일부를 반환해야한다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란 원심을 깨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되돌려보냈다.
2014년 11월 삼성토탈이 한화그룹으로 인수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이를 반대하는 삼성토탈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주식 매각을 반대하다 매각위로금 등에 합의한 뒤 멈췄다.
당시 회사와 직원들은 2015년 4월30일 매각위로금으로 4000만원+상여기초 6개월분을 지급하고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년 12월31일 이전 퇴사할 경우 월할 계산해 위로금을 반납한다고 약정했다.
한화토탈은 A씨에게 매각위로금 6370만원 중 세금을 제외한 4968여만원을 지급했고 A씨는 2015년 6월4일 퇴직했다.
이에 따라 한화토탈은 매각위로금 3720여만원과 지연손해금 등을 반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이라 무효라고 맞섰다.
1심 재판부는 "위로금은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게 하려는 의도로 지급된 것으로 매각 이전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워 월할 계산해 반환하기로 한 약정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한다든지 직장성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위로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면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1심 판결을 취소했다.
대법원에서는 다시 뒤집혔다. 대법 재판부는 "약정은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해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일정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 제20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의무근로기간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의 금전 규모와 액수 등을 종합하면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사진=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