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낙태죄 정비 기한이 끝나고 두 번째 새해를 맞았지만 여전히 법 개정에 진전 없는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야가 관련 개정안을 냈지만 처벌 유무와 기준 등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에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법 269조와 낙태 수술한 의사를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임신한 여성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면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어 법적 공백이 생기므로 국회가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고칠때까지 해당 조항이 적용된다고 결정했다.
법 개정 시한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련법은 계류중이다. 낙태죄를 다룬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시한을 앞두고 무더기로 쏟아졌지만 여태 진전이 없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2020년 12월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임신 지속이 임부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 임신 기간 제한 없이 낙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신 낙태를 권하거나 조장할 수 있는 알선과 광고를 금지한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임신·출산 종합상담기관을 만들고 나이에 따라 낙태 허용 조건을 다르게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은 임신 6주 미만 낙태는 처벌하지 않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권인숙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형법에서 낙태죄를 없애는 법안을 대표로 냈다.
정부 역시 개정안을 냈지만 낙태죄 전면 폐지가 아니어서 여성계 반발을 샀다.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안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를 처벌하지 않고 성폭행을 비롯해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면 24주 내 낙태도 처벌하지 않는 내용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2월부터 소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선 사회적 합의가 요원하다. 지난 2020년 12월 법사위가 공청회를 열고 법조계와 의료계, 여성계 의견을 들었는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을 두고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 때문에 낙태죄 관련 개정안은 오랜 산고를 겪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후속입법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낙태죄의 효력은 사라져서 처벌조항은 없어졌다고 보는게 맞다"면서도 "후속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한 번 거쳐서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며 "국회가 손 놓고 있으면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60만인의 선언 : 낙태죄폐지전국대학생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020년 11월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에서 정부의 ‘14주’와 ‘24주’로 쪼개어 개정안을 만든 "주수제한 입법예고안의 완전 철회와 낙태죄의 완전 폐지를 요구하며 "낙태죄 마침표" 집회에 참여자들 이름표를 단 곰인형을 자리에 늘어 놓고 있다. 언택트 집회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곰인형이 참여자들의 이름표를 달고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