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당국이 약 100만명분의 코로나19 경구치료제 선구매 계약 체결을 마친 가운데 빠른 진단 시스템 구축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의료진 대상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6일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선구매한 코로나19 경구치료제는 전날 추가 계약을 체결한 화이자 '팍스로비드'를 포함해 총 100만4000명분이다.
종류별로 보면 화이자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과 MSD '라게브리오' 24만2000명분이다.
경구치료제 도입은 이달 중순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질병청은 제약사와 초도물량 도입 일정 등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확정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도입 이후에는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감염 고위험군 환자들이 먼저 복용할 전망이다. 당국은 다음 주 중 코로나19 경구치료제 도입·활용방안을 안내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구치료제 도입에 앞서 의료체계 정비와 교육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 당일인 지난해 12월27일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화이자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화이자
이재갑 교수는 "7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와도 역학조사 인력 부족으로 확진 후 재택 배정이나 병상 배정이 며칠씩 걸린다"라며 "외래 진료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호흡기 클리닉을 운영하는 상황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라며 "의료 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경구약제가 효과적으로 투여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빠른 진단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의료진 대상 적응증·부작용 교육 등 진료 역량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이 같은 지적은 증상 발현 5일 이내 복용해야 하는 코로나19 경구치료제 특성과 화이자 팍스로비드 작용기전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팍스로비드는 연령, 기저질환 등으로 중증 코로나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성인·소아(12세 이상, 체중 40㎏ 이상) 환자에게 사용된다.
복용 기간은 증상 발현 5일 이내이며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씩 1일 2회(12시간마다) 5일간 복용해야 한다. 니르마트렐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의 복제를 막으며, 리토나비르는 니르마트렐비르가 오래 지속되도록 돕는 역할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경구치료제는) 증상이 발현하고 5일 안에 투여해야 한다"라며 "환자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고 증상이 발견됐을 때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5일 이내에 발견되지 않거나 신고가 안 된다면 투약이 어려운 약"이라며 "(환자) 조기 발견 시스템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부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고위험군 환자 중에서도 복용 대상 선별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또 의료진 대상 코로나19 경구치료제 적응증과 부작용, 모니터링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와 리토나비르로 이뤄졌는데 리토나비르가 간에 작용한다"라며 "간이나 신장 기능 장애가 있는 사람은 (팍스로비드) 사용을 주의하거나 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약들의 농도를 높여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약을 처방할 때 투약 적응증이나 부작용, 모니터링 등을 고려한 의료진 교육이 필요하다"라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