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설 민심이 대선의 최종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선마다 선거 한 달 전 1위 후보가 대권을 쟁취했다는 점에서 각 후보들은 다가오는 설 명절 전까지 지지율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안정적인 40%대 지지율 안착,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오차범위 이내 이재명 후보 추격,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20대%대 지지율 확보가 설 전까지의 목표다.
9일 한국갤럽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치러진 7번의 대선 가운데 6번이 선거 한 달 전 지지율 1위를 차지한 후보의 최종 승리로 돌아갔다. 1987년 노태우 후보, 1992년 김영삼 후보, 1997년 김대중 후보, 2007년 이명박 후보, 2012년 박근혜 후보, 2017년 문재인 후보 모두 한 달 전 지지율 1위였으며, 최종 결과 또한 같았다. 한 차례 이변도 있었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물론 근저는 '노풍'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7일 서울 동작구 맘스하트카페에서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 국민반상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설 명절 여론조사는 대선을 36여일 앞두고 진행된다. 후보 단일화 등 막판 판세를 뒤흔들 대변수가 출연하지 않는다면, 이 때 조사결과가 최종 대선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석열 후보가 구정(음력 설) 때까지 지지율이 회복돼 이재명 후보와 평행선을 보이지 않는다면 2월 들어가선 선거운동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재명 후보는 설 전까지 40%대 중반으로 지지율 상승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후보가 현재 모든 지표에서 앞섰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다만, 이 후보 스스로 말하듯 '자신의 골든크로스가 아닌 상대의 데드크로스'인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힘 내홍과 윤 후보의 잇단 실언, 부인 김건희씨 허위경력 논란이 겹치며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가 난맥상을 거의 한 달 이상 보여온 상황에서 지지율이 계속 박스권에 묶여있다"며 "이 후보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판을 결정하려면 47~48%를 얻어야 결정이 난다"며 "이 후보로서는 지금보다 대략 10%포인트가 더 올라가야 한다. 40%대 중후반까지 올라갈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설 전후로 윤 후보에게서 빠져나온 지지층의 3∼4%라도 흡수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장동 개발 피해 원주민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향후 여론조사 흐름에 있어 최대 관심사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반등 여부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재명 후보보다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특히 설 명절 연휴 전까지 윤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까지 반등이 가능할 것인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윤 후보의 경우, 안 후보의 약진으로 보수 지지층의 단일화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윤 후보가 이 후보의 지지율을 상당한 수준으로 추격하면서, 동시에 안 후보와는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배 소장은 "윤 후보가 적어도 단일화를 차단시킬 수 있는 지지율은 최소 30%, 그 다음에 이 후보와 대등한 지지율로 갈 때 안 후보의 지지층까지도 추가 견인할 수 있다"며 "안 후보의 지지층까지 흡수할 수 있는 적정 지지율은 35%로 봐야 한다. 윤 후보가 35%일 때 정권교체 여론이 윤 후보 쪽으로 결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부인 김미경 교수, 당 관계자 등과 함께 7일 오후 충남 천안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안철수 후보로서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다자대결 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혀 나갈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20%대에 오를 경우 단일화 논의를 위한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지율이 10% 이하로 다시 내려갈 경우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 소장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까지 가느냐에 따라 (단일화 여부가)결정이 날 것"이라며 "안 후보 지지율이 10% 이하로 나오면 윤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의 선전 여부도 중요하다. 배 소장은 "다자대결 구도에서 정권교체 불발 가능성이 높아질 때, 특히 이재명 대 안철수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의 경쟁력이 더 높을 때 단일화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양자대결에서도 윤 후보로 더 이상 정권교체 가능하지 않을 때, 이럴 때는 거의 (안 후보로의)단일화가 기정사실화 된다고 봐야 된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