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영국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개발 3상 실험을 할 때의 주사약제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프리필드시린지(이하 뉴백소비드)'가 국내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제조판매품목 허가를 신청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임상시험 최종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조건이다.
뉴백소비드는 미국 노바백스가 개발하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원액부터 완제까지 제조하는 유전자재조합 코로나19 백신이다.
유전자재조합 백신은 재조합 기술로 만든 항원 단백질을 직접 주입해 체내에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백신 이전에도 B형 간염, 자궁경부암 백신 제조에도 쓰인 개발 플랫폼이다.
현재 예방접종에 활용 중인 코로나19 백신들과의 차이점은 1인용에 맞춰졌다는 점이다. 기존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의료진이 주사기를 통해 1회 접종에 쓰일 양을 소분해야 한다. 이와 달리 노백소비드는 1인 접종량에 맞춰 주사기에 백신 내용물이 담겨나오는 형식이다.
임상시험 3상은 영국 1만5139명(백신군 7569명, 대조군 7570명), 미국 2만9582명(백신군 1만9729명, 대조군 9853명) 대상 등 해외에서 치러졌다. 임상에선 백신 또는 대조약물(생리식염수 0.9%)을 1회 투여 후 3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하고 7일 이후 각 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비율을 비교·분석했다.
백신 접종 후 7일간 조사한 예측 가능한 이상반응은 압통, 주사부위 통증, 홍반, 종창 등이 발생했으며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로 발생 후 최대 3일 이내에 사라졌다. 이 밖에 근육통, 피로, 두통, 권태와 같은 전신반응도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자에서의 이상반응 발생 빈도는 18~64세 성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영국 임상에선 중대한 약물 이상반응으로 1명이 심근염을 앓았으나 임상 자료 제출 시점에서 회복됐다. 미국 임상에선 4명에게서 혈관부종이 발생했다. 이 역시 임상 자료 제출 시점에서 회복됐거나 회복 단계에 있었다.
2차 접종 7일 이후 코로나19로 확진 받은 사람은 영국 임상에서 백신군 10명, 대조군 96명으로 약 89.7%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미국 임상에선 백신군 14명, 대조군 6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약 90.4%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식약처는 노백소비드 백신 허가를 위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하 검증 자문단)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 △최종점검위원회 등 3중 자문 절차를 거쳤다.
검증 자문단은 지난해 12월29일, 중앙약심은 이달 6일 각각 임상 자료 등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백신의 효능·효과, 안전성·효과성, 허가 후 안전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백신의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점검위원회 회의는 12일 오전 10시 식약처에서 개최됐다. 최종점검위원회 회의에는 오일환 중앙약심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 3명과 식약처장 등 내부 인사 5명이 참석했다.
최종점검위원회는 식약처 심사 결과와 앞서 실시된 두 차례의 자문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임상 최종결과보고서 등을 허가 후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허가 후 안전성 확보와 관련해선 전반적인 안전성 확보 방안이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특히 허가 후 위해성 관리계획으로 심근염 등에 대한 안전성을 예방적 차원에서 관찰하고 진행 중인 임상과 허가 후 사용에서 발생하는 이상사례를 수집·평가하도록 조치했다.
국내 접종 대상은 18세 이상이며 0.5㎖를 21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주성분은 유럽 등 30개국과 세계보건구기(WHO)에서 조건부 허가 또는 긴급사용승인 받은 백신(10회 용량이 포장된 바이알)과 동일하다. 백신 1개당 1회 용량이 포함된 프리필드시린지 형태의 1인용 주사제로 희석 또는 소분 없이 바로 접종할 수 있다. 보관조건은 냉장(2~8℃) 상태에서 5개월이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왼쪽)이 12일 브리핑에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노백소비드' 품목허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식약처
실제 예방접종 현장에서 노백소비드가 쓰이려면 국가출하승인을 거쳐야 한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국내에 판매하기 전에 식약처장의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자료 검토 및 시험검정 등을 거쳐 제조단위별로 승인하는 제도다.
김강립 처장은 국가출하승인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빠르면 다음달 초 노백소비드가 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시기는 질병관리청(질병청)의 접종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는 "현재 국가출하승인에 필요한 준비는 완료했다"라며 "접종 시기와 내용은 질병청의 백신 접종 계획과 회사의 공급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허가 이후 제조를 거쳐 국가출하승인이 신청된다면 빠르면 2월 초 현장에서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가출하승인을 거쳐 신속하게 국내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질병청과 총 4000만회분을 공급하는 선구매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식약처는 노백소비드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예방효과를 확인하려면 충분한 연구 결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와 관련, 김강립 처장은 "변이주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 결과는 받지 않았지만 노바백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일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라며 "이번 (품목허가를 위해 제출된) 자료는 오미크론 변이가 나타나기 전 진행된 임상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백소비드 2회 접종 후 부스터샷을 한 차례 더 맞았을 때 오미크론과 델타를 예방하는 효과가 높게 나왔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연구 결과를 인용해 "뉴백소비드를 2회 접종하고 6개월 뒤 부스터샷으로 1회 접종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반응하는 항체가는 2회 접종 대비 9.3배, 델타 변이는 11.1배로 높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노백소비드가 국내에서 부스터샷으로 쓰일지는 미지수다. 노백소비드가 부스터샷으로 활용되려면 식약처가 허가 외 용도 사용으로 방침을 정하거나 제조사의 허가변경 신청이 있어야 한다.
김강립 처장은 "변이주에 대한 (노백소비드) 연구 결과는 받지 않았지만 노바백스가 자사 홈페이지에 일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라면서도 "이번 (품목허가를 위해 제출된) 자료는 오미크론 변이가 있기 전에 진행된 임상 결과라 오미크론 변이 예방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자료"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노백소비드가 △코로나19 전에도 접종 경험이 있는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제조된 점 △보관, 수송, 사용이 편리한 점 △의료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백신 종류가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강립 처장은 "또 다른 기술이 적용된 백신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기존 백신들과는 다르게 접종 현장에서 의료진들이 보다 편리하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며 "이를 통해해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백신을 공급받고 접종해 코로나19 예방과 대응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