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계약직 강사에게 전임 교원 임용 대가로 뇌물과 논문대필 등 갑질을 일삼은 국립대 교수들이 13일 실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이날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대학 교수 A씨에 대해 징역 5년 4개월에 벌금 1억5000만원, B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모공동정범의 성립, 강요죄에서의 협박, 공소장변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A·B씨는 지난 2014년 10월 시간강사 C씨에게 전임교수 임용 대가로 현금 3억원을 요구한 뒤 1억원을 먼저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2년~2018년 C씨로부터 체육 전공 전임교수 임용 부탁과 함께 제주도 소재 주점과 골프장 이용 등 마흔 네 차례 걸쳐 1668만5400원 상당 향응을 받은 혐의도 있다.
2017년에는 상반기 신규 전임교원 임용을 신청한 C씨에게 심사위원 인사를 이유로 200만원어치 상품권을 받아낸 혐의다.
이런 식으로 A씨가 받아낸 돈은 총 1억4183만6700원, B씨는 총 1억2464만4100원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A씨 등은 2016년 교내 학술연구비 1000만원을 받고는 이듬해 C씨에게 논문을 대신 쓰게 한 혐의, 2016년 8월 편의점 앞에서 충성을 들먹이며 '머리박기'를 시켜 손가락에 전치 4주 골절상을 입게 한 혐의 등도 있다. 당시 C씨는 전화기에 '머리에서 피가 안 난다고 계속 머리를 박게 했다'는 취지로 메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8년~2019년 또 다른 피해자 D씨 재계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이용해 골프장에서 수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한 혐의도 있다.
A씨는 혐의를 전부 인정했지만 B씨는 공모관계가 없다며 부인했다. 1심은 B씨 주장을 배척하고 A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 B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교수채용 업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 및 그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훼손돼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2014년 12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호텔 객실에서 C씨와 또 다른 시간강사에게 바닥에 머리 박고 허리에 뒷짐지는 '원산폭격'을 시킨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단했다.
반면 2심은 혐의 전부를 유죄로 보고 A씨에게 징역 5년 4개월에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B씨 형량은 1심과 같았다. 검찰이 1심 공소장에 적힌 원산폭격 범행 장소를 강원도 홍천군에서 횡성군으로 바꿔달라고 신청했고 2심 재판부가 받아들여 유죄 판단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