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고대구로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최근 대한백신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회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통의 윤활유가 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산·학·관·연이 연계한 백신 연구개발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한편,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인포데믹에 맞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소통 부재로 안티백서 영향력 확대 토양 형성"
그동안 온라인을 주 무대로 삼았던 안티백서들이 최근 집회 등의 형식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 움직임을 거세게 펼치고 있다. 백신 접종 거부 이유로는 효과가 없다는 백신무용론과 괴물체가 발견됐다는 일부 주장 등이 거론된다.
김우주 교수는 안티백서의 목소리가 커진 데 정부와 전문가들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돌파감염 등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에 의문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작년 2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부터 안전성을 감시하고 부작용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어느 때보다도 안티백서의 목소리가 커졌다"라며 "그동안 정부가 백신에 대한 소통, 정보 공개나 적극적인 보상 측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여 안티백서가 자리잡고 목소리가 커지는 토양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며 "(안티백서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지, 왜 근거가 없는지 증명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인포데믹 확산하면 팬데믹 종식으로 가는 길 멀어진다"
김우주 교수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인포데믹의 층이 두터워질수록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이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약물학적 방법과 비약물학적 방법으로 나뉜다. 약물학적 방법은 백신 접종과 항바이러스제 활용이 골자다. 비약물학적 방법에는 손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가 포함된다. 백신 관련 거짓 정보나 음모론이 형성돼 불신이 자라나면 팬데믹 종식의 한 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김우주 교수 설명이다.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전용 백신으로 4차 접종 가능성도 있는 국면에서 안티백서의 득세는 우려스럽다"라며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진다면 팬데믹 종식으로 가는 한 축이 무너진다"라고 우려했다.
김우주 교수는 또 신뢰하기 어렵거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일부 주장이 다른 백신 접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높고 접종률도 높게 유지됐는데 안티백서가 자리잡으면서 백신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다"라며 "소아 필수 백신 접종률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높은 편인데 안티백서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떨어질 수도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인포데믹 확산 막을 해결책은 정확한 정보 전달"
김우주 교수가 꼽은 인포데믹 확산 방지책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다. 그는 이를 위해 과학적 근거를 갖춘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 음모론이 나오는데, 신뢰를 잃은 대중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빠져드는 게 인포데믹"이라면서 "결국 루머나 잘못된 정보는 정확한 정보를 유통시키면서 사라지게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정확한 정보 유통의 일환으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모은 백신 접종 데이터를 언급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이들 중 연령대와 접종 횟수 및 간격 등에 따른 돌파감염 정보를 모은 실제 효과가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실제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라며 "우리 국민이 접종한 데이터가 없으니 접종 간격 설정의 근거도 없고 항체가 분석도 늦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 세금으로 들여와 접종한 백신 데이터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 해외 자료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중이 안티백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정부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서 생긴 문제"라고 분석했다.
"대한백신학회가 국가 어젠다 기여 마중물 역할 맡겠다"
김우주 교수는 대한백신학회 차원에서 백신 연구개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먼저 자체 백신 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학계, 정부 등 각각의 주체를 이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자체 개발 백신 여력이 생긴 만큼 백신주권이라는 좁은 개념을 넘어 세계 인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백신 개발 어젠다에 기여하고자 한다"라며 "학회 내 전문가가 집단지성을 발휘해 산·학·관·연을 이을 수 있도록 돕는 게 대한백신학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세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두 번째 목표는 백신 접종에서 생길 수 있는 소통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효과와 안전성, 루머와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대한백신학회가 올바른 정보 전달 과정에서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출범하는 정부, 첫 단추 잘 꿰야"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당국이 백신 접종 목표를 향해 추진력을 발휘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정책 결정과 시행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던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가 팬데믹 상황에서 출범하는 만큼 과학적 기틀 위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을 놓고 보면 목표를 세우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점은 긍정적"이라며 "발빠르게 백신을 선구매하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도입해서 접종률을 끌어올린 것을 보면 추진력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학에 기반한 위험 평가와 정책 결정, 시행 계획이 선행돼야 신종 감염병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 가능한데 이런 점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상황에 맞게 여러 형태로 변형할 수는 있지만 핵심은 과학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다음 정부에게 요구되는 것도 과학 기반의 방역 정책"이라며 "첫 단추를 잘 꿰려면 답은 과학뿐"이라고 밝혔다.
◇주요 경력
△1959년 출생 △1983년 고려대학교 의학 석사 △1986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 석사 △1992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2001년 국립보건원 국가인플루엔자센터장 △2007년 고대구로병원 감염관리실장 △2009년 제25대 대한감염학회 부회장 △2015년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202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장 △2021년~ 대한백산학회장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