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전경. 사진/식약처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염색이 되는 샴푸(이하 염색샴푸)'와 '지혈이 되는 주사기(이하 지혈 주사기)' 관련 법령이 없어 배척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일축했다. 이미 같은 종류의 제품을 허가·심사할 수 있는 기준이 있지만 논란이 된 제품들은 심사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17일 식약처에 따르면 염색샴푸로 기능성화장품 심사를 받은 제품이 있고 지혈 주사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규격과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식약처가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것은 염색샴푸와 지혈 주사기를 개발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의 인터뷰 때문이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12월27일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하면서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제형을 추가하고 비의도적으로 유래된 사용금지 물질의 관리기준을 설정했다.
고시안의 골자는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을 추가한 내용이다.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은 염색샴푸 '모다모다'에 포함된 물질이다. 유럽에선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 원료로 사용된 화장품 제품의 출시가 지난해 9월부터 금지됐다. 제품 판매는 오는 6월부터 막힌다.
식약처는 위해평가 결과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 피부감작성 우려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화장품 원료 사용금지 목록에 추가했다.
그러자 모다모다 개발자인 이 교수는 지난 12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 처분이 부당하다는 뜻을 밝혔다. 15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 염모제와 함께 20~30분간 사용될 경우 문제가 되지만, 모다모다 제품은 단독으로 2~3분 짧은 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 세포에 무해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식약처가 기존 분류에 따를 수 없어 혁신 기술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지혈 주사기 역시 식약처에 의해 배척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지혈 주사기는 주사바늘을 찔러도 피가 나지 않도록 하는 제품이다. 이 교수는 지혈 주사기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며 식약처를 탓했다.
식약처는 염색샴푸 분류 기준이 없어 거부됐다는 데 반박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모발의 색상을 변화시키는 기능성화장품(염모제)은 샴푸 등 화장품의 유형과 관계없이 심사 신청이 가능하며, 기능성화장품으로 심사받은 염색샴푸 제품도 있다.
식약처는 "이 교수가 개발한 염색샴푸는 식약처에 기능성화장품 심사 신청이 이뤄진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지혈 주사기와 관련해선 주사침 기준규격과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혈 주사기가 주사침과 지혈용품 등 두 가지 성능을 갖춘 조합의료기기로서 주된 기능을 발휘하는 '주사침'으로 분류해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 부재로 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는 이 교수 발언에 "식약처에 의료기기 품목허가 또는 등록 심사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식품, 의료제품 등에 대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허가·심사하고 있다"라며 "국민이 안심할 만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준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 혁신적 기술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제품이 안전 기준을 충족한 상태에서 보다 신속하게 국민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제품화 상담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이는 모든 개발자에게 열려있다"라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