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W기업이 팝업스토어 낸 이유요? 비싼 옥외광고에 생각 바꿨죠"

이학준 플로우 대표 인터뷰…"B2B SW기업 대표 유니콘 되고파"

입력 : 2022-01-18 오전 6:11:1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여의도 환승센터,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 인근 대형 옥외 광고판 등에 광고를 하려니 한 달 동안 숨만 쉬고 있어도 3억원이란 돈이 나가더라고요. 그러던 중 공실이 많으니 단기 사무실을 꾸려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말 못 하는 광고판보다 엉업 사원이 상담도 해주는 팝업스토어의 효과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입니다."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플로우 팝업스토어 2호점에서 만난 이학준 플로우 대표는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서는 생소할 수도 있는 팝업스토어 개설 배경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표는 "하루 평균 100~200명 안팎의 사람들이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고 있다"며 "그 중 상담을 받고 가는 사람들도 5~8팀 정도 된다"고 소개했다. 영업사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고객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는 설명이다. 
 
이학준 플로우 대표. 사진/플로우
 
올인원 협업툴 SW를 공급하는 플로우는 지난해 12월1일 여의도역 인근 1호점(동여의도점)과 국회의사당역 인근 2호점(서여의도점) 등 두 곳의 팝업스토어를 동시에 오픈했다.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시내 오피스 밀집 지역 중에서도 증권·금융 대기업(동여의도)과 중소기업·사무실(서여의도)이 모두 있는 여의도가 최적의 장소로 지목됐다. 이 대표는 "협업툴은 특정 업종에 국한된 서비스가 아니고 그룹 채팅으로 일하는 회사라면 어디든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며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오며가며 들릴 수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상담을 받아가니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플로우 팝업스토어는 방문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다양한 체험들로 가득했다. 플로우를 시연해 볼 수 있는 PC 이외에 매장 내외부에 비치된 키오스크에서는 5분 내외의 시간을 투자하면 카드 뒤집기 게임, 룰렛 돌리기 등의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플로우 팝업스토어 앞에는 룰렛돌리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의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플로우 팝업스토어 2호점. 시민들이 플로우 룰렛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플로우
 
'입소문을 내보자'는 플로우의 계획은 딱 맞아 떨어졌다. 플로우의 로고가 박힌 타포린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근처 식당에서는 "도대체 뭐 하는 회사냐"는 질문이 수시로 들려왔고, 선물 꾸러미를 들고 사무실로 복귀한 동료들을 보며 삼삼오오 매장을 구경오는 직원들도 꾸준히 이어졌다. 
 
방문객이 많아질수록 홍보효과도 커졌다. 게임을 통해서는 협업툴로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고, 룰렛이벤트로는 플로우 고객사들의 제품을 선물로 받을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매장을 다녀간 사람들 중에서는 "현재 회사에서 협업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플로우를 적극 추천하겠다"고 피드백을 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언이다. 
 
더욱이 모든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인적사항과 협업툴 사용과 관련한 설문조사에 응해야 하는 점이 회사 입장에서는 가장 큰 수확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각 지점에서 약 3000개의 데이터베이스(DB)가 쌓였다"며 "3개월 가량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 1만개 이상의 데이터를 얻게되는데, 이는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귀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플로우 팝업스토어 내부 모습. 방문객들이 설문조사에 응하고 있다. 사진/플로우
 
플로우는 2월 말 여의도에서의 팝업스토어 운영이 종료되면 강남·역삼 지역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협업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지금이 마케팅 최적의 시기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몇 년 전만해도 협업툴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IT분야의 투자 우선 순위는 아니었다"며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협업툴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며 '우리도 써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이메일이나 그룹 채팅보다 협업툴을 사용하는 회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트렌드 변화의 주된 요인이 됐다. 
 
실제로 현재 플로우는 3500여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첫 1000개 고객사를 돌파하기까지 3년이 걸렸지만 2000개사까지는 1년, 3000개사는 4개월이 소요되며 그 시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협업툴은 단순히 메신저 기능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업무관리와 그에 따른 합리적인 인사평가를 가능하게 해준다"며 "이 같은 사유로 자체 메신저와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들도 플로우를 도입하고 있고 여타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됐다"고 언급했다. 
 
재택근무 붐을 타고 사세를 확장한 플로우는 해외로 눈을 돌린다. 일본, 베트남, 미국 등에 진출한 국내 기업 혹은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 우선 타깃이다. 이 대표는 "베트남에 공장을 둔 한 기업에서 베트남어 서비스를 해주면 안되겠냐고 문의를 해와 해외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며 "언어 번역만 해서 넣으면 되는 구조를 짜기 위한 투자를 지난해에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대기업 레퍼런스로 영업을 확장해나갔듯, 해외에서도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면 확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이 대표는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B2B SW 기업으로 유니콘, 데카콘에 오르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해외에서는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자랑하는 SW회사들이 즐비한 반면 국내는 B2C와 커머스 중심으로만 유니콘 기업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는 아쉬움에서다. 그는 "국내 IT 수준에 비해 SW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슬랙 같은 성공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플로우가 그 선봉에 서고 싶다는 사명감도 내비쳤다. 그는 "매각보다는 4~5년 내에 상장을 해서 주주들에게 더 크게 돌려주고 싶다"며 "B2B 회사도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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