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국민의 절반이 "좌절했다" 또는 "실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대처에서 낙제점을 받은 데 이어 인플레이션 심화로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16일 미국 CBS 방송이 지난 12~14일 미국의 성인 20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좌절'을 느꼈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50%를 차지했다. '실망'과 '불안'을 느꼈다는 답변도 각각 49%, 40%에 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만족'을 느꼈다고 대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4%로, 지난해 여름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을 기점으로 같은 해 11월 저점을 찍은 뒤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의 집권 1년 차 지지율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37%)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인플레이션에 불만이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8%에 불과해 그의 평균 지지율을 밑돌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은 통과시켰지만, 당초 내세웠던 예산안에 비해서는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당초 바이든은 사회복지 예산안까지 총 4조달러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이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사회복지예산안 통과를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물가 문제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30%만이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해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물가 관리 목표치인 2%를 3배를 넘어섰다. 특히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의 확산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이에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속도가 높아져야 하지만, 자칫 경제 둔화로 이어질 위험성도 존재하는 만큼 물가 안정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서도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응답자의 64%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도 4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 이유로는 69%가 '관련 정보가 혼란스럽다'는 점을 꼽았고, '백신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답변도 61%에 달했다. '미국이 오미크론에 대비되지 못했다'는 지적 역시 47%였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간선거가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는 만큼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민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최근 미 애리조나에서 첫 집회를 열고 "하원을 되찾을 해다. 우리는 상원도 되찾고 미국을 되찾을 것이며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2024년에 우리는 백악관을 되찾을 것"이라고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해 발언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행보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유세 지원에 시동을 걸면서 2024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에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우).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