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의 정상 통화에서 아부다비가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해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테러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에게 당초 이날 예정된 회담이 불발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사과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약 25분 간 정상 통화에서 "왕세제님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모하메드 총리가 따뜻하게 환대해 주었고, 나와 대표단을 위해 기울여준 성의와 노력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도중 무함마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계획했지만 UAE측의 요청으로 회담은 취소됐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두바이 숙소 회의실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모하메드 왕세제는 "나에게 있어 제2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오신, 형제이자 친구인 문재인 대통령 목소리를 들어서 매우 행복하다"며 "이런 방법으로 대화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손밖에 있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직접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크며, 이번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아부다비에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긴박하고 불행한 소식을 들었는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앞서 UAE에서 이날 예멘 반군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아부다비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사전에 일정이 취소돼 다행히 신변에 이상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UAE를 비롯한 중동지역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특히 민간인을 공격하고 생명을 살상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테러행위로서 강력히 규탄한다"며 "한국의 진정한 '라피크'로서 언제나 UAE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오늘의 드론 공격은 예상되었던 일로, 한국과 UAE의 특별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방산협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천궁 II 사업 계약과 우리 기업의 해저송전망 구축 사업 참여에 왕세제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건설·인프라뿐 아니라 국방·방산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하기를 희망하며, 차세대 전투기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도 양국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천궁 II가 UAE의 방어력을 높일 것이며, 한국과 UAE가 맺은 방산과 국방 분야 MOU는 긴밀하게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으로, 강화된 협력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두바이 숙소 회의실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와 통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30 부산엑스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두바이 엑스포의 성공 개최를 축하하며,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UAE의 성공 경험을 공유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이 두바이 엑스포에 직접 참석해서 존재감을 보여주어 감사하며 큰 힘이 되었다"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사막의 기적을 일궈낸 UAE가 중동지역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나의 재임 중 양국은 서로 합의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의 협력 성과를 기반으로 미래 비전을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과 대화하면 진심이 느껴진다"면서 "개인적인 관계도 지속해 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한다"고 했다.
양 정상은 배우자와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인사를 나누고, 이번에 만나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며 대화를 마쳤다.
문 대통령은 UAE 방문을 마치고 18일 중동 순방 두 번째국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이동해 건설 수주와 무기 수출 등의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