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유승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판세를 뒤집을 대책 마련이 급해졌다. 이 후보는 연말·신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추월에 성공했지만 이도 잠시, 윤 후보가 내홍을 봉합하고 전열 재정비를 이루자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이 후보는 특히 윤 후보가 2030 지지를 빠르게 회복한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위주의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요지부동인 서울 민심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대선을 정확히 50일 앞두고 다시 추격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8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다자·양자대결에서 모두 윤 후보에게 패했다. 다자대결에선 이재명 35.6% 대 윤석열 42.5%, 양자대결에선 41.3% 대 48.6%로 나타났다. 윤 후보는 지난달 4주차 조사 이후 3주 만에 다시 이 후보를 추월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8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5~16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2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다자·양자대결에서 모두 윤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뒤지며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이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요동치는 지지율 관련해 17일 "(연말연초 골든크로스는)우리가 엄청 잘해서라기보다 국민의힘이 국민께 실망을 주는 발언과 행동으로 스스로 떨어진 것"이라며 윤 후보의 지지율 회복을 예상했다고 했다. 또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주문했다. 반면 복수의 이 후보 측과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율 40% 벽을 돌파하기 직전 제동이 걸린 데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지지율 정체에 대해 내부에선 '박스권'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굉장히 민감해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지지율 정체는 좀처럼 안 잡히는 2030에 기인한다. 앞선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대결 결과를 연령별로 비교하면 윤 후보는 20대와 30대, 60대 이상에서 이 후보를 앞섰다. 윤석열 대 이재명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20대 56.0% 대 25.4%, 30대 49.3% 대 36.1%, 60대 이상 54.4% 대 39.8%였다. 다자대결 흐름도 비슷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세대포위론'이 현실화된 양상이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당장 내 자식부터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싫다'는 마당인데, 2030세대 공략은 정말 고민스럽다"며 "2030세대에서 더는 지지율을 높일 수 없다면 청년층 지지율 30%대를 상수로 보고 실점만 막는 전략으로 가자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요지부동인 서울민심 역시 걱정거리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서울 민심의 '열쇠'는 부동산이라고 판단, 집값 안정화 대책을 잇달아 내놨다. 수도권 노른자땅 30만호 공급을 비롯해 △공시가격 재검토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합부동산세 일시 완화 △취득세 감면 △월세 공제 확대 등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엔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행정목표를 달성하려면 유연하게 정책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부자감세'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는 한편,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우는 부담까지 각오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후보는 윤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지율이 뒤졌다. 특히 서울에선 윤석열 54.5% 대 이재명 34.1%로, 20%포인트 넘게 격차가 벌어졌다. 다자대결에서도 서울은 이 후보에게 냉랭했다. 이런 결과는 '회심의 한 수'인 부동산 정책도 소용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수도권에선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이 후보의 35년 지기이자 최측근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있는 국민들께서 과연 이재명 후보가 저런(부동산) 정책을 제대로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을 건지에 대한 기대가 아직 확고하게 (뿌리를)내리고 있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시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고 민주당이 무턱대고 손만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복수의 관계자는 TV토론, 정책, 중도층 확장을 대선 승패를 가를 승부처로 꼽고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번 대선은 결국 박빙의 구도로 전개될 것이고, 누가 강점을 더 잘 드러낼 것인지가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다.
선대위 측은 "TV토론을 통해 중도층이 본인들의 눈과 귀로 이 후보의 강점과 윤 후보의 문제점을 직접 목격하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라며 "이 후보는 'TV토론만 할 수 있다면 기계획한 일정을 다 들어내도 괜찮으니 무조건 하자'고 할 정도"라고 했다. TV토론으로 정책역량과 실천력, 국정운영에 대한 진솔한 태도를 보여줘 '득점 포인트'를 쌓겠다는 말이다. 또 '소확행' 공약 등 정책행보와 이념·진영을 초월한 실용주의로 경제·민생문제 해결사를 계속 자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울산·경남(PK)을 집중 공략, 지역별 마지노선도 마련했다.
정 의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두 후보를 링에 올려놓고 볼 수 있게 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결국 설을 전후해 이 후보가 (지지율)40%대를 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최대 승부처는 단일화가 아닌 TV토론"이라며 "국민이 체감하고 불안해하는 국가 위기, 민생·경제 방역을 우선에 놓고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439개 여론조사를 전부 취합하면 두 후보는 현재 지지율 격차가 ±1% 안쪽의 박빙 구도로 조정되어 가고 있다"면서 "투표 당일까지 예측하기 어려운 박빙 승부가 전개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피 말리는 싸움이다.
최병호·유승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