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시한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에 와이피이앤에스·미래비엠·아텍에너지 등 3개사가 짬짜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당국은 이들이 25년간 아파트 입주민들이 모은 장기수선충당금 187억6000만원을 노린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돈암동 한신한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2017년 2월 17일 실시한 노후배관 교체 등 보수공사 입찰에 담합한 와이피이앤에스·미래비엠·아텍에너지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7억8200만원을 부과한다고 23일 밝혔다. 또 3개사와 업체 대표이사 등 개인 3인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위반 내용을 보면, 이들은 입찰 참여하면서 사전 낙찰예정자·들러리를 정하고 투찰가격 등 적격심사 평가요소에 합의했다. 해당 입찰은 입찰참여자들의 기업신뢰도(30점), 업무수행능력(30점), 입찰가격(30점), 사업제안서(10점) 등 4개 지표를 심사·평가하고 입찰참여자들 중 평가점수 총점이 가장 높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담합을 주도한 와이피이앤에스는 입찰 전인 지난 2016년 11월경 해당 아파트에서 보수공사 등 입찰을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와이피이앤에스는 공사내용 등을 자문해 주면서 해당 입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계되도록 유도했다.
또 아파트 입찰 관련 규정에 따라 3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해야 해당 입찰이 성립된다는 점을 고려해 입찰 공고일인 2017년 2월 17일을 전후해 미래비엠과 아텍에너지 등 2개사를 들러리로 끌어들였다.
담합 사례 증거.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낙찰예정자인 와이피이앤에스는 적격심사 기간 중인 2017년2월 24일부터 3월 2일 사이에 들러리 2개사의 투찰가격이 적힌 입찰서, 원가계산서 등 적격심사 평가서류 등을 각각 작성해 전달했다. 이들 들러리 2개사는 전달받은 평가서류 등을 그대로 써냈다.
특히 와이피이앤에스는 187억6000만원의 투찰가격을 써내고 들러리 2개사 중 아텍에너지는 199억4000만원, 미래비엠은 221억원으로 투찰했다. 입찰가격 지표에서 와이피이앤에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해 낙찰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와이피이앤에스 직원은 아텍에너지의 입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글 투찰가격을 '금일백구십구억사천만원정'이 아닌 '금이백이십일억원정'으로 잘못 작성해 전달했다. 해당 금액이 미래비엠에게 전달했던 투찰가격과 동일했음에도 이를 몰랐던 아텍에너지는 입찰서를 그대로 투찰해 담합의 흔적·증거를 남겼다.
결국 와이피이앤에스는 적격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해 해당 아파트의 보수공사 및 에너지절약사업을 수행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으로 경쟁 입찰을 통해 계약금액 등을 정하려고 했던 1만5000여명의 아파트 입주민들의 의도가 무력화됐다고 봤다.
사업자별 과징금 부과 내역(잠정)(단위: 백만 원). 표/공정거래위원회.
이숭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이번 제재는 서민생활 밀접분야에서 담합을 억지하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시 한번 관련 업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함으로 향후 아파트 보수공사 입찰에서 입주민들이 장기간 동안 모은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린 담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