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검찰이 없는 죄도 만들어서 자신을 감옥에 넣을 수 있다며 "두려움"을 언급했다. 엎치락뒤치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지지율 혼전 속에서 의기감을 부각시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과 22일 이틀을 서울에 집중했다. 23일부터는 경기로 이동, 오는 27일까지 권역 전체를 훑는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환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반전 없이는 대선 승리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이 후보는 서울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강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집값 폭등에 성난 민심을 의식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는 급기야 2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수변무대에서의 즉흥연설에서 "두렵다"는 표현으로 이어졌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기득권에 공격을 당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으니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맞장을 떴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렵다"고 했다. 뜻밖의 발언에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200여명의 시민들과 지지자들의 분위기는 일순간 가라앉았다. 이 후보는 "제 두려움의 원천은 지금 검찰이 있는 죄도 덮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는 조직이라는 점"이라며 "이번에 제가 지면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인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란 뜻이었지만, 수위가 매우 높았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슬프지 않다"며 "제가 해야 할 몫이고 제가 공격을 받고 고통을 당하는 만큼 여러분은 공격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앞으로도 어떤 공격이나 음해가 있어도 뚫고 나가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지켜드리겠다", "당선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등으로 화답하며 분위기는 다시 뜨거워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의 위기의식은 냉랭한 서울 현장반응에도 기인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1일 젊음의 거리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2030세대를 타깃으로 대면 선거운동에 나섰다. 하지만 운집한 지지자들과의 사진촬영 등이 모두 끝나자, 한동안 이 후보의 주위가 썰렁해졌다. 2030세대가 연남동 거리를 걷다가 이 후보를 발견해도 잠시 지켜보다 지나치는 등의 상황이 반복됐다. 이 후보는 시민들과의 인사를 마친 뒤 즉흥연설에서 "이번에는 5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정말 2표 차이로 떨어질 지 모른다"고 했다.
이 후보는 최근 자신의 '형수 욕설' 녹취록이 재차 거론되자, 아픈 가족사를 언급하며 해명에 나섰다. 이 후보는 22일 '나혼자 산다! 1인가구 다 모여라' 국민반상회에서 '어머니의 신변호보 조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자신이 스토킹 범죄로 신변보호를 받고 있지만 이마저 기간이 짧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도의 허점을 안타까워하며서 "저희 어머니도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적이 있다"며 "(접근금지라는 게)2번 밖에 안 되고 연장도 얼마 안되고, 또 자꾸 (형 재선씨가)찾아와 괴롭히고 불을 지른다고 하니까 너무 불안해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식 입장에서도 대책이 없던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겠냐"고 공감을 표했다.
이 후보는 일정을 수행하는 동안 수시로 "'이재명이 흉악한 사람이 아니더라', '욕했다는데, 보니까 다 엄마 때문에 그랬다더라', '집안 이야기를 좀 그만하면 좋겠다'고 해달라"고 지지자들에게 부탁했다.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씨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에 따른 맞불로 '형수 욕설' 등 아픈 가족사가 재언급되는 것에 대한 사전차단의 의미였다.
한편, 이 후보는 23일부터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경기도로 이동해 매타버스 일정을 이어간다. 이 후보는 경기 과천의 천주교별양동성당에서 미사 참석을 시작으로 의왕의 포일어울림센터에서 부동산공약을 발표했다. 수도권 민심의 승부처는 '집값'이라는 게 이 후보의 판단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7대 공약'을 발표하며 대규모 주택공급 추진을 약속했다. 그는 “서울시민께서 부동산 문제로 많이 고통받으시고, 민주당이 기대에 못 미친 점에 대해서 많이 실망하신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 후보는 수원·오산·평택·안성·화성 등을 차례로 도는 강행군을 통해 경기도의 밑바닥 민심을 청취한다. 이 후보는 직전 경기도지사 프리미엄을 최대한 할용, 표심 결집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수변무대에서 연설 전 남인순 의원, 최재성 전 정무수석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