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부산=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부산·울산·경남(PK)은 제가 애정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약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PK 방문 이틀째 "유일한 PK 후보"라는 '인연'을 내세워 지역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도시 현안이 걸린 현장을 두루 살피며 자신이 해결사로 나서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안 후보는 부산 출신이다.
안 후보는 23일 2박3일 PK 방문의 이틀째 일정지로 경남 창원과 부산을 찾았다. 경남의 중심인 창원을 공략의 교두보로 삼는 동시에, 지난해 연말 지지율 급상승의 기반이 됐던 부산의 지지를 다시 한 번 이끌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설 연휴 전후 지지율 20%'를 달성, 대선을 양자구도에서 3자구도로 반드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번 부산 재방문이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 생각, 제 진심을 시민 여러분께 열심히 전달하겠다. 그러면 시민들께서 평가해 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안철수(왼쪽에서 세 번째)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항만공사 신항사업소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이날 안 후보가 두 도시를 돌며 가장 강조한 것은 지역 연고였다. 대선후보 가운데 유일한 'PK 적자'임을 내세워 지역민들의 표심 자극에 나섰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시 경상남도의회를 찾아 "저는 유일한 PK 후보로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통한 경남지역 발전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후 부산항 진해신항 관련 브리핑을 듣기 위해 부산항만공사 신항사업소를 찾아서는 "저희 할아버님이 부산상고, 아버님이 부산공고, 제가 부산고를 나온 '부산 토박이'"라며 "유일한 PK 후보 아니겠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지역이 기대하는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안 후보는 창원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완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 인프라'"라며 "남부내륙 철도망이 제대로 갖춰지면 서부경남도 제대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경남은 동부와 서부 간 불균형이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어 "부울경 메가시티는 균형발전의 첫 번째 성공사례가 될 것"이라며 당선될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거론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드루킹 사건은 최악의 여론조작 범죄로 제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맹비난하면서도 "그의 메가시티 정책 방향은 맞으며 저도 지지한다"고 언급하는 등 서부 경남 발전 계획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안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홍준표 후보와 맞붙은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당시 문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최측근 인사다.
김하용 경남도의회의장과 장규석 경남도의회 제1부의장은 국민의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하고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수확도 거뒀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번영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오직 안 후보뿐"이라면서 "깨끗한 대통령, 안심할 수 있는 대통령,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안 후보와 함께 가겠다"고 힘을 실었다.
안철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오전 경남 창원의 경상남도의회 의장단과의 차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부산에서는 "부산에 올 때마다 부산의 경제, 또 지역을 빠져나가는 청년들을 보면서 아주 상실감이 크다. 부산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북항 개발, 교통망 구축 등이 굉장히 중요하겠고, 2030년 엑스포 유치 등이 성공한다면 부울경에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서부산 구도심 중 하나인 부산 사하구 장림골목시장을 찾아 지역 민심을 살피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 점검을 통해 자신의 전문 분야를 부각하는 행보도 이어갔다. 이날 창원의 경남도청 코로나안전관리본부를 방문해 "지금 방역 공무원이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2, 3일 뒤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며 "'국민 참여형 방역'으로 바꾸면 훨씬 더 효과가 있다. 국민이 자기 동선을 기록하는 앱을 깔고 정부로부터 확진자 동선 데이터를 받으면, 실시간으로 자신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지 알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 후보는 일부 일정을 조정해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딸 설희씨를 마중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설희씨는 최근 소속 연구팀의 오미크론의 전염성 연구 결과물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며 주목받았다. 그간 본인과 가족 문제로 시끄러웠던 양당 후보와의 차별점을 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24일 울산 등을 찾아 지지를 호소한 뒤 이번 PK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다.
안철수(뒷줄 가운데)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상남도청 코로나안전관리본부를 방문해 말하고 있다. 사진/김광연 기자
창원·부산=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