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맞서기 위해 '유능 대 무능'에 이어 '통합 대 분열' 카드를 꺼냈다. 명확한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고육지책의 일환이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국민의힘이 2030 표심을 기반으로 한 세대포위론을 주장한 것에 대해 세대포용론으로 받아친 데 이어, 이튿날에도 통합 대통령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을 분열과 반통합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가둔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은 부동산정책 실패에 분노한 서울 민심에 대해선 무주택자와 다주택자를 편가르기보다는 '명품 서울'을 강조, 서울시민 통합에 나서기로 했다.
이 후보는 25일 경기도 순회 일정으로 남양주시를 방문해 즉석연설을 통해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능력과 의지가 있고 약속을 지켜서 앞으로 우리의 꿈을 실현해 줄 정치인, 진정한 통합과 실용적 대통령 후보 누구냐"면서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구리에서도 "정치는 통합"이라며 "옆사람이 밉고 나와 달라도 장점을 찾고 공유하고, 콩알 반쪽도 나누는 정신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이천에서는 "청년들의 분열과 증오를 이용해 4050대를 포위해서 이겨보자는 세대포위론이 말이 되는 소리냐"면서 "갈라지면 갈라지지 않도록 노력해줘야 한다"라고 일침했다.
이 후보가 통합을 부쩍 미는 건 국민의힘을 분열과 반통합 프레임에 가두겠다는 전략이다. 통합을 언급하는 건 이 후보만이 아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선대위 '4050위원회 발대식'에서 "국민의힘은 세대포위론을 통해 '2030과 6070으로 4050을 포위하자' 이런 말을 한다"며 "(편가르기는)정치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반격했다.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가평군 철길공원을 방문해 즉석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후보는 서울에서도 통합의 정신을 외칠 예정이다. 이 후보 측은 서울의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성난 부동산 민심이 있다. 이날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23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는 다자대결에서 36.4%의 지지를 얻어 윤석열 후보(41.0%)를 4.6%포인트 오차범위 이내로 다시 추격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이재명 36.0% 대 윤석열 42.1%로, 격차는 6.1%포인트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서울이 이 후보에게 냉랭한 것 또한 국민의힘의 분열 작전 결과로 보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이 후보도 인정하고, 이를 거듭 사과했다. 그 교훈으로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한편 다주택자 부담도 줄이는 등 부동산정책 전면 손질에 착수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서울 민심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이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 분열을 조장하면서 정권심판론에 기댔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 후보는 서울에 국제기구 유치 등 '더 잘 사는 서울'을 강조하기로 했다. 이런 전략은 '명품 서울론'으로 명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통합을 꺼낸 이면엔 국민의힘이 명확한 전선을 형성한 것에 대한 깊은 고민도 담겼다. 국민의힘은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여권의 잇단 내로남불, 부동산정책 실패, 경제방역 미흡을 비판하면서 2030과 서울민심, 소상공인·자영업자 생계민심을 공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 뇌리에 각인시킬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명확한 전선을 만들지 못한 한계가 있는 건 맞다"면서 "통합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갈라치기 대신 공정과 통합이라는 시대정신 구현을 강조해야 하고, 그걸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게 이 후보의 의중"이라고 전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