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마스크를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당국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우점화에 맞춰 강화된 마스크 착용 지침을 강조했다. 감염 위험도가 높을수록 KF94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권고다. 전문가들은 마스크의 효능에 더해 올바른 착용이 중요하다면서 실생활에서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미크론 대응 방역체계 전환을 발표하면서 상황별 마스크 착용 지침을 제시했다.
정은경 청장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방역수칙을 지키고 상황별 권고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생활 속에서 KF94, KF80 마스크를 착용하기 등의 생활 속 방역수칙 준수를 지속적으로 해 주시기를 요청드린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은 간편하고 효과적인 방역수칙"이라며 "설 연휴 고향 방문이나 여행으로 기차 또는 비행기 등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에서는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방대본이 제시한 상황별 마스크 착용 지침을 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을수록 KF94 마스크 착용이 권장된다.
먼저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경우에는 보건용 마스크 중에서도 KF94만 착용할 수 있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건강취약계층 및 기저질환자 △3밀 시설(밀집·밀점·밀폐) 또는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방문자는 KF80과 KF94 착용이 권장되지만 수술용 마스크나 비말차단용 마스크도 쓸 수 있다.
이 밖에 △타인 접촉이 잦은 직업군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실외에서 2m(최소 1m) 거리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는 보건용·수술용·비말차단용 모두 권장 마스크다.
방대본이 감염 위험도에 따라 권장 마스크를 구분한 것은 등급에 따라 코로나19 감염까지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마스크를 두겹으로 착용한 의료진이 교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가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마스크 종류와 착용 유무에 따른 코로나19 감염 위험 정도를 알 수 있다.
ACGIH는 천 마스크와 N95(KF94와 동급) 마스크를 착용한 코로나19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통해 전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자와 비감염자 중 한 명이 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전파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이었다. 두 명 모두 천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 감염 시간은 27분으로 비슷했다.
반면 두 명 모두 N95 마스크를 착용하면 25시간이 지나야 감염에 필요한 만큼의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착용 매뉴얼을 준수해 마스크를 썼을 때는 2500시간 이후에야 감염에 필요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ACGIH 분석 결과는 마스크 착용으로 코로나19 감염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지만 등급이 높고 착용 방법을 준수할수록 위험이 낮아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몰리는 병원의 의료진은 오미크론 우점화 이전부터 KF94 마스크만 착용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효능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착용법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내놓는다.
마상혁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KF94 마스크의 효능은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라 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방지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라며 "다만 마스크 착용 상태에서의 밀폐 정도나 밀집도 등 여러 변수를 종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올바른 마스크 착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 기회에 마스크 관련 기준을 다시 정할 필요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KF94 정도면 의료진이 착용하는 N95와 거의 방어력은 유사하다"라며 "(KF94 마스크를 쓰더라도) 코와 턱을 가려서 잘 밀착해야 하고 최소 하루 쓴 마스크는 버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마스크 효능과 관련해선 "마스크를 써도 (코로나19 감염 차단 확률이) 100%는 아니"라며 "밀폐된 공간에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있었는지, 야외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