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의 인적쇄신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86그룹에서 후속 불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해졌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부진은 86 용퇴론과 관련이 없다며, 쉽사리 동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송 대표는 지난 25일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인적쇄신의 물꼬를 텄다. 오는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는 민주당에 귀책사유가 있는 서울 종로, 경기 안성, 충북 청주상당 등 3곳의 무공천도 선언했다. 또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를 명문화하고,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제명안 처리도 약속했다. 우상호 의원도 서울시장 경선 당시 내걸었던 총선 불출마 약속을 재확인하며 송 대표에 힘을 보탰다.
이보다 앞서 24일에는 이 후보의 측근 그룹인 '7인회'가 "이재명정부에서 우리 7명은 국민의 선택이 없는 임명직을 일체 맡지 않겠다"며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소위 7인회라고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7인회는 정성호·김영진·김병욱·문진석·임종성·김남국 의원, 이규민 전 의원 등을 일컫는다. 이들은 지난해 민주당 경선 전부터 이 후보 지지를 표명했으며, 특히 정성호·김영진·김병욱 의원은 2017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친이재명계 핵심이다.
정권심판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마저 30%대 박스권에 갇히자 기득권을 내려놓는 등 강한 쇄신으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도였다. 중앙정부와 의회권력, 지방권력까지 모두 장악했지만 조국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내로남불을 거듭하며 민심을 잃은 것에 대한 반성과 책임 차원이었다. 이를 위해 2030에게 '운동권 꼰대'로 인식되는 86그룹의 집단퇴진이 절실하다고 이 후보와 송 대표는 판단했다.
하지만 당내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파열음까지 흘러나왔다. 86 용퇴론을 처음 거론한 김종민 의원도 '개인의 용퇴'가 아닌 '제도의 용퇴'를 말했다. 그러자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이런 걸 요설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행동하지 않는 정치는 배반형"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학 청년최고위원도 "586의 용단을 요구한다"며 "시대적 과제 해결과 당장의 위기에 대응할 정치체계 구축을 완료하지 못한다면 모두 집에 가실 각오를 가지셔야 한다. 이것이 86세대의 소임"이라고 압박했다.
7인회 멤버인 김남국 의원은 송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 다음날인 26일 CBS 라디오에 나와 "인터뷰에 오기 전에 혹시나 단톡방에 어떤 글이 올라왔을까 확인했는데 없더라"라며 아쉬움을 내비친 뒤, "워낙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라 자유롭게 말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정권심판 여론의 핵심을 짚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상민 의원은 2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대표가 불출마 등 여러가지 (쇄신안을)며칠 전에 내놨을 때 '저게 뭐지'하고 생각했다"며 "문재인정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들을 내놓아야 하는데 본질적인 것을 내놓아야 하는데 너무 변죽을 울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말하자면 배가 아픈데 소화제를 먹거나 배 아픈 약을 먹어야지, 발등에 소독약을 바르면 되겠냐"고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86 용퇴론에 대해 "굉장히 책임 회피적"이라며 "그동안 잘못된 길로 이끌었던, 리더십에 오류가 있었던 분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송 대표에 이은 추가 불출마 선언 가능성에 대해 "반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 후보의 정치쇄신 구상도 동력을 실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후보는 앞서 26일 송 대표가 제시한 쇄신안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다만 특정인의 정치 은퇴는 제가 감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내부 논의로 방안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공항에서 군공항 이전 등 광주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