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국 증시 대폭락은 대선 정국 '빅배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셀트리온 분식회계 논란·신라젠 상폐 우려까지
"대선 전 부실요소 한꺼번에 털고 가나?"…투자자 희망회로 풀가동

입력 : 2022-02-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연초 이후 대형 상장회사의 잇따른 회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빅배스(Big Bath)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증시에 산적했던 과거 부실요소를 한꺼번에 털어없애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인 셈이다. 다만, 증시전문가들은 연초 이후 급락하는 국내 증시의 반등의 실마리로 빅배스 이야기가 도는 것은 투자자들의 자조섞인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10.56% 급락했다. 코스닥은 15.5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글로벌 지수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낙폭인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나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우려 등을 제외하고서라도 국내 증시에는 연초부터 발생한 각종 회계 부정 이슈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 개장 첫날인 1월3일 오스템임플란트(048260)의 횡령 사건을 시작으로, 셀트리온(068270) 분식회계 논란 등이 잇따라 터졌다. 특히 바이오주 신화를 주도한 신라젠(215600)은 지난 18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들었다. 코스닥시장위원회가 다음달 18일까지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신라젠은 2019년 8월 임상 중단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이어 이듬해 5월 문은상 전 대표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다. 오스템임플란트, 신라젠은 현재 거래정지 중이며, 셀트리온 계열사들은 주가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총 상위 기업의 잇따른 회계 관련 이슈가 국내 증시의 악재 뇌관으로 작용하면서 빅배스를 기대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빅배스는 목욕을 철저히 해서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유래된 말로 기업의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을 일컫는다. 통상적으로 경영진 교체시기 혹은 마지막 분기에 많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올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장회사의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현상이 연초에 집중된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새로운 대통령 맞이 '빅배스'란 의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새로운 경영진이 이전 경영진의 재임기간 발생한 잠재 손실을 그대로 떠안고 갈 경우 향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빅배스가 쓰인다"면서 "새로운 경영진은 과거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 한꺼번에 제거된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로 이듬해 실적 개선을 더 크게 부각시킬 수 있는 효과도 누린다"고 말했다.
 
특히 신라젠과 셀트리온의 경우에는 지난 정권의 수혜를 받은 회사로 분류되는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빅배스를 기정사실화하는 해석도 나온다. 한 투자운용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선 이미 현정권의 수혜주로 셀트리온과 신라젠을 분류한 바 있다"면서 "셀트리온에 임상 환자 몰아주기, 여권 유력인사의 관련주로 신라젠이 수혜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빅배스설이 완전히 사실 무근의 해석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다만, 손실이 커진 투자자들이 반등의 실마리로 대선 이후 증시 상황에 대한 낙관론의 근거로 (빅배스를) 제시하고 있지만, 대외적 변수의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아 현재 증시 상황에선 낙관과 비관 중 어떤 근거도 제시하긴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 등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우려에 대해 "엄중 대응"을 약속했다. 대응 방안으로 특별사법경찰관 대폭 확대와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의 검토를 들었다.
 
상승장을 기원하는 황소상. 사진/한국거래소.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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