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청와대는 2일 이집트와 2조원대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대해 빈손 귀국도 감내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빈손 전략'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순방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협상에 임하지 말라고 지시한 문 대통령 결정으로 우리 기업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지 않으면서 협상 타결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이집트에서 2조원대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 소식이 날아왔고 국민께 기쁜 설날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전날 한화디펜스가 이집트 카이로 포병회관에서 이집트 국방부와 양국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9 자주포 수출계약에 최종 서명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지난해 12월 호주와 체결한 K9 자주포 수출금액(1조원대)의 약 2배 수준인 2조원 이상이다. K9 자주포 수출 규모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과 압델 파타 알시시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수석은 K9 자주포를 수출하게 된 과정을 상세히 언급했다. 결정적으로 문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위해 무리한 협상을 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린 게 이번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집트 방문 기간 수출 협상에 임한 강은호 방위업사청장에게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협상에 임하지 말고, 건전하게 협상하라"고 지시했다.
박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아마 순방 중에 계약은 쉽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물론,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위해 기업은 훨씬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을 것이 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기업의 손해보다 차라리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택했다"며 "그 선택은 기업과 대한민국의 국익이 되어 당당하게 귀국했다. 대통령의 선택이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빈손 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수석은 또 "대통령의 결단에는 진심과 정성을 다했다는 자신감과, 이집트가 그것을 알아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었다"며 "대통령 귀국 후에도 현지에 남아 실무 협의를 계속한 기업과,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음 날에 다시 사막으로 날아 간 방사청장 등 정부와,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협상팀의 협상력을 지켜 준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