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 A씨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 12채를 보유하다 부동산 단속 기관에 포착됐다. 알고보니 A씨는 임대보증금 외 필요한 자기자금을 전부 아버지로부터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시가격 1억원 주택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편법증여로 의심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정부가 법인·외지인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를 집중 조사해 위법이 의심되는 이상거래 570건을 적발했다.
국토부는 최근 들어 법인·외지인이 취득세 중과를 피하는 등 세제 혜택과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저가 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는 행태가 포착돼 작년 11월부터 집중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법인·외지인의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29.6%였던 거래 비중은 같은 해 12월 36.8%로 상승했고, 작년 8월에는 51.4%까지 급증했다.
특히 저가아파트 매수자금 중 자기자금 비율은 29.8%에 불과한 반면 임대보증금 승계금액의 비율은 59.9%에 달했다.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 대비 자기자금은 절반 수준이었지만, 임대보증금이 2배 이상 높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법인·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갭투기'로 매집해 거래 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래가액 중 임대보증금 비율이 높아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전세'의 우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0년 7월부터 작년 9월까지 저가 아파트를 매수한 법인·외지인의 거래 중 자금조달 계획, 매도·매수인, 거래가격 등을 종합 검토해 이상거래 1808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위법의심거래 570건(31.5%)이 적발됐다.
위법이 의심되는 주요 유형으로는 미성년자가 임대보증금 승계 방식으로 저가 아파트 12채를 매수한 사례가 있었다. 해당 미성년자는 임대보증금 이 외의 필요한 자금은 모두 아버지가 매도인에게 송금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를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사례로 간주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통보 자료를 분석해 탈세 혐의가 있는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가산세를 포함한 탈루세액을 추징하게 된다.
또 가족 소유의 저가 아파트 32채를 본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일괄 매도하면서 대금 수수가 없고, 법인이 납부해야 할 취득세를 본인이 부담한 사례도 발견됐다.
해당 법인은 이전 받은 32채를 단기간에 전부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법인 명의로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추정했다.
국토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적발한 위법의심거래 570건을 경찰청, 국세청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하는 한편 향후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 시장 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투기세력의 시장 교란 행위를 적극 적발해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들어 법인·외지인이 취득세 중과를 피하는 등 세제 혜택과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저가 아파트를 매집하고 있다는 행태가 포착돼 작년 11월부터 집중 조사를 진행해왔다고 3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