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서울 중구청과 '코로나재난희생자 국민추모위원회'가 합동분향소 자진 철거 여부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중구청은 도로법상 분향소가 불법 시설물에 해당 한다며 4일까지 자진 철거를 권했지만, 위원회 측의 거부로 협의가 결렬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원회는 4일 오전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로 수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 합동분향소 마련과 희생자 보상을 위한 코로나특별법 제정을 외쳤다. 대규모 시위는 없었으나,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도로가 점유된 상황이었기에 경찰들이 시민들의 동선을 안내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진상규명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지난 달 23일부터 합동 분향소의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못했으나 설치를 강행하면서 불법 여부를 두고 서울시·중구와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달 24일 도시건축전시관의 운영 지장과 시민들의 안전사고 우려를 이유로 자진 철거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시민단체가 수령을 거부하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철거 통보 권한을 갖고 있는 중구청도 자진 철거 안내문을 보냈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수차례 시와 구청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하라는대로 백신을 접종했더니 사망하고, 영업시간 제한을 지켰더니 생계를 위협 받은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심각한데 우리가 목소리를 내려면 이 방법 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보다 앞서 청계광장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합동 분향소가 설치되면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이 분향소는 시민단체가 아닌 실제 유가족들로 구성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가 설치했다. 때문에 건축전시관 앞에 설치된 분향소와 달리 해당 분향소를 유지해달라는 시민들의 민원도 들어오고 있지만, 중구청 입장에서는 형평성을 위해 이곳의 자진 철거도 유도할 수 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현재 중구청은 두 분향소에 철거 계고장 발송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계고장을 발송해도 중구청이 나서서 강제 철거를 하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계고장은 안내장과 달리 강제성을 갖기 때문에 물리적인 충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측은 철거를 해도 재설치를 하거나 시위 행진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집회 신고를 해놨고, 시민들도 지나다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라면 대집행을 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이행은 어렵다"라며 "다음 주 다시 두 현장을 방문해 대화를 시도하고, 최대한 자진 철거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도시건축전시관 앞에서 코로나재난희생자 국민추모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경찰이 시민들의 동선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