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에 붙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 안내문. 사진/동지훈 기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대응체계가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몰리자 마스크 대란의 재현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마스크에 비해 자가검사키트 수요가 폭발적이지 않고, 진료소 등에서 확보한 물량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전망이다.
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 3일부터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코로나19 검사가 우선 시행된다.
체계 개편으로 고위험군이거나 의사 소견이 있는 경우, 역학적 연관성이 있거나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만 PCR 검사를 받게 된다. 나머지는 신속항원검사를 받는다.
신속항원검사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 호흡기전담클리닉 등에서 시행된다. 이 밖에 약국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해 자발적으로 검사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개인이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역 인근 약국의 A약사는 "정부가 PCR 대신 (신속)항원검사를 한다고 발표하면서 자가검사키트 재고가 동났다"라며 "이전에는 필요한 만큼 주문했는데 지금은 유통업체에도 물량이 없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 일대에서 대형약국을 운영하는 B약사는 "자가검사키트를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할 때부터 하루에 100개씩 주문하고 한 명에게 2개씩만 판매했는데 지금은 구하기도 어렵다"라며 "앞으로 공급이 나아질 것이라고 하니 믿고 기다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증을 갖춘 편의점이나 마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C씨는 "예전에 판매 스티커를 붙여둔 적이 있어서 그런지 자가검사키트가 있는지 묻는 손님들이 있다"라면서 "지금은 자가검사키트 재고도 없어 판매처라는 안내문을 뗐다"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헬스&뷰티 스토어 출입문에 붙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 안내 스티커. 사진/동지훈 기자
시중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하기 힘든 것은 제조사 물량이 공공물량으로 우선 공급된 데 따른 것이다. 제조 공정을 거쳐 유통을 앞둔 자가검사키트가 보건소 선별진료소, 임시선별검사소 등에 분배된 영향이다.
자가검사키트 구매가 어려워지자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초기 있었던 마스크 대란 재현을 우려하는 시각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동시에 나온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놓고 보면 자가검사키트 품귀 현상 여파가 마스크 대란만큼 크지 않 전망이다. 수요 측면에서 규모와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마스크는 국민 대부분이 착용하는 데다 교체 주기도 비교적 짧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려면 대량 생산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자가검사키트는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만 사용하는 제품이다.
자가검사키트 구매가 어렵더라도 근처 보건소 선별진료소나 임시선별검사소, 호흡기전담클리닉을 방문하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이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는 것 외에도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 등에서 무료 검사가 가능하므로 자가검사키트를 과다하게 미리 구매할 필요는 없다"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자가검사키트 제조 업체들의 추가 생산도 예정돼 있어 품귀 현상은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자가검사키트 허가를 획득한 제조업체들은 지난 설 연휴에도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식약처는 원활한 자가검사키트 공급을 위해 제품 허가와 GMP(의료기기 제조·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지원하는 등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국 256개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에서 향후 2주간 사용할 686만명분과 개인이 구매 가능한 960만명분의 자가검사키트를 생산·공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앞으로도 선별진료소에서 또는 개인이 언제든지 불편함 없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거나 구매할 수 있도록 자가검사키트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자가검사키트의 시장 가격과 공급 상황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