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북한 대량살상무기의 부드러운 해법

입력 : 2022-02-09 오전 6:00:00
연초 북한의 연이은 군사 도발에 한반도 정세가 몹시 불안정해졌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발사하는 등 올해 들어 5차례 도발을 자행했다. 이에 미국이 제재 조치를 취하고 북한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화성 12형에 대해 공개 '규탄'했다.
 
이제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잠정중단 조치까지 폐기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과 미국은 대응 태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북한 매체는 최근 보도를 통해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중 가장 중요한 핵심 과업을 완수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사실은 무덤을 스스로 파는 행위일 수도 있음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 듯하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발사가 진정으로 스스로를 강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이 아무리 전략무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경제와 사회의 저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성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날의 세계 역사를 잠깐 훑어보기만 해도 고도의 무기나 방벽이 나라를 지켜주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쉬운 예로 소련이 1990년 붕괴한 것도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핵무기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경제와 민생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그 결과 소련이라는 한때의 공산주의 실험국가는 사라지고, 공산주의 이념도 퇴색되고 말았다.
 
과거 프랑스는 마지노선이라는 강력한 방위선을 두고도 나치 독일의 공격을 막지 못했다. , 나치 독일 역시 V2 로켓 무기를 개발해 쏘아댔지만 끝내 패망하고 말았다. 중국은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구축물이 있었지만 청나라 말기에 유럽 열강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일찍이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의 헌신적인 외교관이자 정치사상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도 지적한 바 있다. 그 어떤 튼튼한 성도 나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마찬가지로 북한이 무리하게 대량살상무기로 도발하는 것이 도리어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국제적인 고립도 심화시킨다. 그렇기에 정말로 무모한 짓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관련 전문기관들이 제시한 자료 등을 훑어보면 북한은 지금 대량살상무기에 자원을 쏟아부을 때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그럴 자원이 있으면 경제적 역량을 키우고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투자해야 할 때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무기와 전략무기는 쓸 수 없는 무기이다. 한반도와 주변은 물론이고 이 지구상 어디에도 그런 무기를 쏠 수 있는 곳은 없다. 그것은 자멸의 길임이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그저 허세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무력도발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완벽한 방위태세는 갖춰야 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확실히 갖추는 등 필요한 대비는 확실히 해야 한다. 일부 인사가 주장하는 한국에 핵무기를 재반입하는 방안은 곤란하다. 그렇지만 그 밖의 필요한 조치는 모두 취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수동적 대책에 그쳐서도 안 된다.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한 전략무기들을 평화적으로 해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는 ‘부드러운’ 방법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북한과의 협력을 도모하고, 문화적으로 한류를 전파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소비재 공급을 통한 북한 정권과 주민의 변화를 도모해 볼 수도 있다. 과거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이 그런 역할을 어느 정도 했지만 지금은 모두 막혀 있어 아쉽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런 부드러운 방법을 통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스스로 해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우선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 탈북민은 북한 주민들이 한국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 가운데 방황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이라도 이들을 위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안내하는 등 밀착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출범할 새 행정부가 지금까지의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찾아보기를 기대하고 싶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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