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은 28일 지난 25일과 27일 각각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지상대지상 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월에만 벌써 6번째 무력 시위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미국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압박 메시지로 해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월25일과 27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체계 갱신을 위한 시험발사와 지상대지상 전술유도탄 상용전투부위력 확증을 위한 시험발사를 각각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18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다. 사진/뉴시스
신문은 전날 발사한 전술유도탄에 대해 "상용전투부의 폭발 위력이 설계상 요구에 만족된다는 것이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상용전투부는 전술유도탄의 탄두부로, 이번 발사 목적이 개량형 탄두부 위력을 시험하기 위함이었다는 의미다. 신문은 또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대해서는 "조선 동해상의 설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9137초(2시간32분17초)를 비행해 1800㎞계선의 목표섬을 명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술유도탄은 북한이 2018년 4월 이래 지켜온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첫 탄도미사일 발사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올해 들어 북한의 5번째 탄도미사일이면서 지난 25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까지 포함하면 6번째 무력 시위다.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 사전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맞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했던 전략무기 중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9월 한국의 각종 미사일 개발 성공을 보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무기를 하나씩 공개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남한이 개발하고 있는 또는 한미가 전략화 하고 있는 무기들이 북한에 초조감을 주는 것이고, 북한이 여기에 대응하는 무기들을 일종의 전략무기 개발 프로세스에 하나하나 담아서 일부러 공개하는 것"이라며 "즉, '우리도 남한에 상응하는 무기들, 그것을 뚫을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공표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의 단독 제재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면 ICBM이나 인공위성 로켓을 발사해야겠지만, 북한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8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본질적으로는 자위권 차원의 대미 압박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북미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 발사는 자위권 차원에 따른 합법적 행위'라는 일정한 메시지를 던지며 미국의 반응에 따라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도 일정한 '선'은 지키고 있다. 대미 비난 수준이 이전보다 약화됐고, 지난 12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참관도 없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막 나가겠다는 것은 아니다. 북한 나름대로 제한된 범위를 설정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초기에 미국의 반발을 사더라도 미사일 발사가 자위권 차원의 합법적 권리이고 정당한 행동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겠다는 것이 주요한 전략적 태도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첨예한 미중 갈등과 함께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러 갈등 격화 등의 틈을 북한이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금 외교 공백기다. 미중 경쟁으로 인해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도 만들어지지 않고, 한국 정부는 문재인정부 임기말 현상을 보이면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취지에서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혈맹인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고강도 무력 행보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낮은 수준의 미사일 발사는 있을 수 있지만 탄도미사일 등 중국이 우려할 만한 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한이 다음달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80주년을 성대히 경축하기로 한 만큼 올림픽 이후 고강도 무력 시위를 재개할 가능성은 있다. 대규모 열병식 또는 ICBM의 공개·시험발사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