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불안·차별화 부족…전기차 산업 시험대

(바뀌는 자동차 지도)③전기차 친환경성·경제성 재평가
미국·중국 자국중심주의 확대…원자재 공급 위기
전기차 차별화도 쉽지 않아…UI·UX 및 다목적성 집중

입력 : 2022-02-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는 동시에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배터리 원자재 부족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를 늦추고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수익성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0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5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도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나 일부 국가에서는 그간의 판매량 급증세가 꺾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스바겐 츠비카우공장 내부 모습. 사진/폭스바겐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은 탄소중립 달성을 국가 중심 의제로 상정하며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섰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은 1091만7000대로 전년(628만4096대) 대비 74% 성장했다. 이 중 전기차는 약 430만대로 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지만 당분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자동차·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이미 올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등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배터리 원자재인 니켈·코발트 가격 인상으로 전기차 원가 상승 압력도 커졌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의 '동등화'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각국의 구매보조금 정책에 따라 판매량 급증세가 꺾일 우려도 있다.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차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U, 중국, 일본 등은 탄소중립 관련 제도화에 앞서 자동차의 생산-활용-폐기·재활용 등에서의 종합적인 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전주기평가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자동차연구원은 만약 전기차의 친환경성 우위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완성차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하이브리드차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재완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얼리 어답터'와 달리 향후 전기차 주류 소비자는 전기요금 인상 등의 리스크를 고려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할 수 있다"며 "현재 주류 소비자에게 전기차 구매의 효용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친환경차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해외 투자유치 정책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가치사슬 역시 요동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중국의 신투자 유치 정책 등은 올해 자동차 가치사슬 변화를 불러올 위험 요소로 꼽힌다.
 
미국은 미국 내 노조가 결성된 완성차 기업에서 생산한 친환경차에 한해 추가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외국의 완성차 기업이 지분 100%로 승용차 제조업을 할 수 있도록 지분 제한을 폐지했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자국 중심의 자동차 시장 가치사슬을 형성하려 한다는 것이 자동차연구원의 분석이다.
 
또 중국의 원자재 수출 통제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리튬이차전지 음극재 재료인 흑연과 희토류 공급 부족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수출 통제를 통해 자국 내 배터리 관련 산업을 강화하고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의 현지 공장 설립을 유도 중이다.
 
장대석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이어 올해는 리튬이차전지 주요 원재료의 안정적 수급 문제와 유럽 에너지 위기에 따른 공급망 영향 이슈가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원자재 수급 불안과 함께 전기차 차별화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대중 브랜드의 전기차 상당수가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내연기관차 못지않은 성능을 제공하는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전기차 부문의 성능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의 구동 방식 및 엔진·변속기의 형태와 위치 등으로 차별화가 가능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현재로서는 배터리·파워트레인의 배치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다.
 
앞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의 기본 주행 성능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콘텐츠, 영상 및 음향 시스템, 실내 조명·소재 등을 중심으로 차별화하고 전기차 충전 및 A/S 등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시도할 전망이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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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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