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단체, 어디가 양육비를 더 빨리 받아낼까.
이달 중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배드파더스 시즌2'가 시작된다. 양육비이행법과 정면 승부에 돌입하는 것이다. 배드파더스가 양육비 미지급 해결의 주요 창구가 돼 버리면, 양육비이행법의 유명무실이 예상된다.
양육비이행법과 배드파더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는 것이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이행법 시행 이후 문을 닫았다. 양육비 청구와 처벌에 대한 제도가 생기면서 소위 '할 일을 다했다'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고 반년 조금 지난 시점에 법과 정면 승부를 하게 됐다.
구본창 대표는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던 3년 3개월 동안 얼굴·신상공개 대상자로부터 28번의 고소를 당했다. 앞으로도 숱한 우여곡절이 예상되는데, 왜 돌연 사이트를 재개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배드파더스가 돌아온 이유는 양육비이행법의 미지근한 실적과 관계가 있다.
배드파더스는 2018년 개설 후 990여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 700여건 이상은 신상공개 이전에 사전 해결이 가능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직장 등의 개인정보를 사이트에 가차없이 공개하는 방식으로 거의 매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반면, 양육비이행법 시행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여성가족부가 집계한 미지급자의 제재 인원은 명단공개 2명, 운전면허 정지 11명, 출국금지 9명에 그친다. 이것도 지급 완료가 아니라, 지급을 하지 않은데 따른 법적 조치에 불과하다. 미지급자 입장에서 신상 정보 공개 범위는 두루뭉술하니 사회적으로 덜 창피할 것이고, 운전은 100일·출국은 6개월만 안 하면 된다.
양육비 이행법이 오히려 미지급자의 신상 보호 창구로 전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성가족부가 미지급자의 이름·근무지·주소·직업·미지급 금액과 기간 등을 공개했지만, 배드파더스에서 실질적인 지급 이행을 끌어냈던 얼굴 공개와 직장명이 빠졌다.
자녀 양육을 방치하는 '나쁜 아빠', '나쁜 엄마'로 사회적 낙인을 찍어 해결했던 방식이 아니다. 양육비 피해자들이 감치명령 소송을 통한 감치 판결을 받아야만 처벌이 가능한데, 이조차 힘들다. 미지급자의 실거주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법원의 소장전달이 안되기 때문에 애초에 소송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다.
구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 중 실거주지가 불분명한 비율이 72%"라며 "작년 봄부터 1년 넘게 양육비 이행강화법의 보완과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까지 했으나 달라진게 없다"고 비판했다.
배드파더스의 부활로 양육비이행법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계에 직면한 양육자의 소송 절차를 간소화하고, 미지급자의 법적 제재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