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주요 상장 보험사들이 지난해 배당성향을 소폭 올리거나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급 실적을 경신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배당 자제를 권고했던 금융당국의 입김이 이어진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메리츠화재가 하락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배당성향 10.1%로 전년 35.0%보다 무려 24.9%p 내렸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지난해 배당성향을 대폭 낮추는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가치를 높이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손해보험업계 1위사인 삼성화재는 배당성향을 49.6%에서 45.3%로 4.3%p 축소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배당금 자체만 보면 전년보다 많이 상승한 수준"이라면서 "배당과 관련해선 아마 다음주 예정 돼 있는 컨퍼런스콜에서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36.7%로 전년 35.5% 대비 1.2%p 키웠다. 다만 2019년 IR 실적발표 당시 향후 주주환원정책으로 배당성향을 50%까지 끌어 올리겠다던 포부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다.
DB손보는 24.0%로 전년 23.6% 대비 0.4%p 올렸다. 하지만 25.3%에 달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1.3%p 하락한 수준이다. 현대해상도 23.9%에서 26.8%로 2.9%p 늘렸는데, 2019년 26.1% 대비로는 0.7%p 상승에 그쳤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하락하면서 보험영업손익이 개선된 영향이 주효했다. 상위 5곳 손보사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전년보다 1조원 이상 거둬들였다.
실적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이 금융당국을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과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하라는 취지로 배당성향을 보수적으로 진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는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실질적으로 풀린 상황이지만 그 여파가 아직까지 작용하고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은 올해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보험업계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배당금은 대부분 올랐다"면서 "다만 올해 실적은 전년 대비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배당금과 배당성향 모두 낮아질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