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비비고 왕만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지난해 국내 식품업체들의 실적이 대체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097950)과
동원F&B(049770)는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가정간편식(HMR)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물류비 상승과 원재료 가격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매출(CJ대한통운 제외) 15조7444억원, 영업이익 1조178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1.2%, 13.2%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사상 처음으로 매출 15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2분기 연속 1조원대를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이 호실적을 낸 것은 식품과 그린바이오 사업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식품사업은 지난해 매출 9조5662억원, 영업이익 5547억원을 기록했다. 국내는 햇반과 만두 등 HMR 주력 제품이 성장했고 해외는 비비고를 중심으로 K-푸드 인기가 이어졌다.
그린바이오 사업은 사료용 아미노산과 미래형 식품소재의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매출 3조7312억원, 영업이익 47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25.1%, 51.6% 증가하며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동원F&B는 매출 3조4909억원, 영업이익 1302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10%, 11.9% 올랐다. HMR과 김, 음료 판매가 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이처럼 코로나19 장기화 속에도 일부 기업은 호실적을 냈지만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품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류대란이 심화로 운임이 급등한 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구선정 디자이너
농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061억원으로 33.8% 줄었다. 매출은 0.9% 소폭 증가한 2조6630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은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등의 원재료 비용과 물류비 부담 확대에 따라 지난해 8월 라면 전 제품의 가격을 평균 6.8% 올렸지만 가파르게 상승한 원재료 가격 압박을 상쇄하기엔 어려움이 컸다. 농심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증가와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 경영비용 상승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삼양식품도 부진한 실적을 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6420억원으로 1%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1.3% 급감한 655억원으로 집계됐다.
풀무원은 국내 식품 판매 호조로 매출은 9% 늘어난 2조5195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6% 줄어든 385억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해외법인의 해상운임비용 부담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뚜기도 매출 2조7390억원으로 5.5%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16% 줄어든 1666억원을 기록했다. 동원산업은 매출 2조8024억원, 영업이익 2597억원으로 각각 1.9%, 15.3% 줄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대상(001680)도 전년과 비교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상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는 매출 3조3742억원, 영업이익 1540억원이다. 매출은 8.38%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1.7%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식품업체가 HMR 사업하고 있지만 어떤 제품이 주력이냐에 따라 기업의 마진이 달라진다"며 "올해는 식품업체들이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해외시장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