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1위와 2위, 세계 시장 44위와 60위 사업자다. 양사가 결합을 마치면 단숨에 세계 10위 안팎에 오르는 '메가 캐리어'가 될 전망이다.
그간 대한항공은 양사 통합 시 코로나19 영향 회복 2년 뒤 기준으로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시너지를 예상해 왔다. 중복 노선 효율화와 연결편 강화, 인력 활용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재무구조도 개선한다는 계산이었다.
대한항공의 계산이 현실화하려면 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이 필수다. 이날 공정위 결합 승인으로 대한항공은 미국·영국·호주·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6개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곳이 EU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을 불승인했다. 당시 EU는 양사 합병 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등 분야에서 점유율 60%가 넘어 경쟁 제한성이 있고, 이를 해소할 방안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EU는 지난해에도 캐나다 1위·3위 항공사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젯 합병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중국이 자국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반대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한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에 이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노선 재분배 등) 공정위 시정 조치가 약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경쟁 당국에서도 이를 참조해 승인할 전망"이라며 "다만 항공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란 점 등 중요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해외 지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조선과 항공의 성격상 EU가 이번에는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조선 산업은 특정 선사가 발주하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어서 수요자가 독과점에 민감한 반면, 항공 산업은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구조여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EU는 수요자 입장이고, 우리나라는 공급자 입장이었다"며 "(당시에는) 공급자를 수요자가 강하게 저지하는 맥락이었지만, 항공사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EU도 항공사가 많다"며 "EU가 결합 심사를 불승인하는 조치보다는 자국 국적사에 도움 되는 조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