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23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 디자인거리에서 두 주먹을 쥔 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TV토론을 지금까지 자신이 쌓은 정책·정치 실력의 검증대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직 제 토론 실력의 반밖에 쓰지 않았다"고 여유를 부릴 만큼 '토론의 악몽'을 꿨던 5년 전과 비교해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2차 토론회(정치 분야)의 관전 포인트는 안 후보가 지난 21일 선관위 주관 1차 토론회(경제 분야)처럼 다시 존재감을 뽐내느냐에 있다. 현재 지지율 정체에 허덕이고 있는 안 후보 입장에서 남은 토론회는 자기 존재를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만큼, 이번 토론에서도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년 전 정치 입문 때부터 강조한 다당제 실현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그간 "양당 간에 서로 권력 교대, 적폐 교대, 정말 진정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 교체만 계속 이뤄지면서 우리나라가 뒤처졌다"고 강조해왔다.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가 지난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저히 협상이 안 되는 후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이전과 달리 정책·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게 눈에 띄었다"며 "이번 정치분야 토론의 경우 이전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방식으로 대립각을 세우며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간 토론은 안 후보에게 취약한 '무덤'으로 인식됐다. 19대 대선을 불과 2주여 앞둔 2017년 4월23일 1차 토론회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냐, MB아바타냐"고 따진 게 패착이 됐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지침 문건 논란'을 꼬집은 발언이었지만, '셀프 네거티브'가 되며 스스로를 MB 이미지에 귀속시키는 자충수가 됐다. 한때 '문재인 대항마'로 급부상했던 안 후보는 이 발언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이 10% 이상 급감했고 대선 3위에 그쳤다. 국민의당조차 대선이 끝난 뒤 자체 보고서에서 결정적 대선 패인으로 TV토론의 실패를 꼽았을 정도다.
그러던 안 후보가 달라졌다.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을 통해 거대 양당 후보에게 수차례 송곳 질문을 던지며 자신에게 붙었던 '토론 약자' 꼬리표를 뗐다. 특히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자신의 질문에 윤석열 후보가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보안 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자, 눈을 질끈 감고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도 연출했다. 안 후보가 토론을 리드하는 의외의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윤 후보에게 "지금 핀트를 못 잡고 계신데, 지금 재정은 확장하면서 재정건전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 자신의 코로나19 특별회계 설치 공약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정책적으로 준비됐다는 이미지를 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3일 울산 중앙전통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국민의당
'우리 경제는 곧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할 정도로 튼튼하다'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도 안 후보는 "기축통화국이 기본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그것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많아 문제가 없지만, 우리처럼 비기축통화국은 국채를 발행해도 외국의 수요가 많지 않아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달라진 토론 실력을 두고 여론도 달라졌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중앙일보 결과 'TV토론을 잘한 후보'로 안 후보(22.1%)는 이 후보(31.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 기관이 지난 7일 발표한 '방송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을 가장 잘 한 후보 순위에서 13.5%로 3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우호적인 답변이 대폭 올랐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토론 다음 날인 22일 안 후보가 부산을 찾았을 때도 여러 시민이 "토론을 잘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1차 토론 직후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후보의 토론에 대해 "잘했다"고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며 "토론 당일 안 후보의 질문과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토론장 내 다른 정당 관계자 대기실에서 환호성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