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미국이 반도체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제제하면서 반도체를 수출하거나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을 파는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러시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됨으로써 공급망·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받게 되는 등 영향이 있을 거 같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4일(현지시간) 반도체,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에 대한 '해외 직접 생산품 규칙'을 러시아 제재에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제공, 뉴시스 사진)
미국은 24일(현지시간) 반도체,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에 대한 '해외 직접 생산품 규칙'을 러시아 제재에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규칙은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됐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반도체 생산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대부분 적용된다.
지난해 한국의 대 러시아 반도체 수출액은 7400만달러(885억원)에 이르며 삼성전자의 경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약 30%로 1위다.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 품목 가운데 수출 비율이 각각 25.5%와 15.1%인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도 타격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차량용 반도체가 들어간 자동차 수출 역시 일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0년 인천 신항 전경. (인천항만공사 제공, 뉴시스 사진)
사태 내내 우려를 낳은 공급망 문제도 기업들의 고심을 더하는 부분이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48.2%가 우크라이나(30.7%)와 러시아(17.5%)에서 수입됐고, 네온 28.3%가 우크라이나(23.0%)와 러시아(5.3%)에서 들어왔다.
기업들은 그동안 해왔던 원재료 수급 다변화 덕분에 현재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사태 장기화를 변수로 여기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단기적으로는 재고가 충분하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원재료 비축분은 수개월"이라고 설명했다.
플래닛 랩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프 외곽 추후이브 공군 기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하르키프·AP=뉴시스)
미국의 제재에 따른 러시아 시장 위축으로 인해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 LG전자의 경우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에 올라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