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의 오염 피해가 확대할 조짐이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3일 시장과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피해가 당초에 알려진 것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020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2회 반도체대전'에서 SK하이닉스 부스의 메모리가 시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와 공동 운영하는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지난달 9일부터 중단한 바 있다. 재료에 오염 물질이 들어갔다는 이유였다. 해당 라인은 서버와 휴대용 전자기기에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피해로 분기 생산량이 전세계에서 8% 정도 감소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오염으로 인해 기존에 공정에 투입됐던 일부 웨이퍼(반도체 기판)가 손상받았을 수 때문이다. 불량품을 다시 제대로 만드는 과정도 불가능할 전망이며 불량품이 아닌 정상 부품 역시 신뢰성 저하 때문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가동 재개에 시간이 얼마 걸릴지도 변수이다. 최소 2개월에서 최장 3개월인데, 3개월이 걸릴 경우 피해 규모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키옥시아 이슈로 인해 줄어든 생산 물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나머지 반도체 업체들로 쏠리는 흐름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된 1분기는 시장 예상보다 악화하지 않았고, 반도체 업체 업황이 2분기 조기 반등까지 바라보게 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래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까지 반도체가 약간 약세고 하반기에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라며 "1분기에 가격이 두자리수 (퍼센트)까지 빠질 수 있다고 봤으나 하락폭이 7%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네온 등 공급 부족이 심해지고 그나마 여유있던 낸드슬래시도 키옥시아로 인해 수급에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며 "세트(반도체 포함 완제품)를 조립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미리 구해놓는 수요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키옥시아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게 된 낸드슬래시뿐 아니라 디램(D램)도 수혜를 받게 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전세계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납품 소요 시간)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키옥시아 팹 오염 이슈로 NAND 업황이 급격히 개선되면, 메모리 업체들의 투 자 우선 순위도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3.4% 늘어난 63조7000억원, SK하이닉스의 경우 72.8% 증가한 21조5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